임종룡 금융위원장 “보험업계 국제기준 확정 시 제도 개선 본격 추진하겠다”

2016-06-10 21:12

아주경제 이정주 기자 =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보험업계 새 회계기준 도입에 대해 "국제기준이 공식적으로 확정되면 제도 개선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10일 말했다.

보험업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제도 도입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임 위원장은 이날 서울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 '보험업 IFRS4 2단계 도입 영향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또 "재무회계 기준 변경이 보험사에 미칠 단기적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연착륙할 수 있는 세부 방안들을 검토·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IFRS4 2단계 방식이 도입되면 보험업계는 부채 규모를 원가에서 시가 평가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적용 시 보험사 부채가 지금보다 증가해 추가로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

최근 시장금리가 급격히 하락했기 때문에 보험사들이 과거 판매한 연 6~7%대 금리 보증 상품이 보험사의 이익에 장애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에서는 오는 2020년에 IFRS4 2단계 도입 시 50조원 상당의 충당금 부담이 발생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불러 IFRS4 도입 준비를 당부했다. 금감원은 지난 2일에는 보험사 리스크와 계리 담당 임직원을 소집해 IFRS4의 단계적 준비를 주문했다.

금감원은 새 회계기준 도입에 박차를 가하는 반면 금융위는 '속도 조절'을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에서 비롯된 것인지 임 위원장은 계속해서 '금융위와 금감원은'이라는 주어를 사용해 두 기관이 한 목소리를 낸다고 시사했다.

그는 간담회에서 보험업 새 회계기준의 순기능을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보험부채의 시가평가는 보험회사가 보험가입자들에게 약속한 보험금 지급 의무를 제대로 이행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나타내준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또 "상품 만기가 장기인 보험상품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일부 보험사 경영진이 회사가치 극대화보다는 단기수익 극대화에 치중할 수 있다"며 "이런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 위원장은 "현시점에서 일시적인 재무 영향 등을 이유로 IFRS4 2단계 도입 자체를 반대하기보다는 이 제도가 한국 보험산업에 미칠 긍정적 측면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반투자자·소비자들은 보험사의 실제 보험금 지급 역량을 쉽게 판단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IFRS4 2단계 도입과 별도로 보험사 재무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도 한 걸음씩 추진해 나가되 급격한 충격이 없도록 차분히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금융위는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여력이 더 정확히 산정될 수 있도록 지급여력비율(RBC) 제도를 개선할 예정이다. 또 부채 적성성평가제도를 정교화해 새 회계기준이 도입됐을 때 충격을 완화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