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통해 살아난 관치금융
2016-06-12 21:46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구조조정 의사결정은 서별관회의에서 강압적으로 밀어붙인 결과라고 밝히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대우조선 지원 방안을 결정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열린 서별관회의에는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홍기택 산은 회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전 회장은 “당시 정부안에는 대우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은과 최대 주주 은행인 수은이 얼마씩 돈을 부담해야 하는지도 다 정해져 있었다”며 “산은은 채권비율대로 지원하자고 했지만 그렇게 될 경우 수출입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크게 떨어질 것을 우려한 정부가 산은으로 하여금 더 많은 지원을 하도록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금융위가 최근 구조조정 추진 과정에서 보이는 행태나 내부 관계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홍 전 회장의 발언에 무게가 더 실리고 있는 분위기다.
단적으로 지난 8일 구조조정 브리핑에서 임 위원장은 자본확충방안 중 신용보증기금의 역할에 대해 “대출금의 20분의1 금액을 한은이 신보에 출연해주고 (대출금) 회수를 못할 가능성을 없애는 것”이라며 “그래서 그것을 신보가 하겠다고 해서 출연을 받는 것”고 말했다.
이와관련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지난 10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홍 전 산은 회장의 폭로에 대해 임 위원장이 부인하는 상황 자체가 청문회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정부에서 임명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수사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국회 차원에서 정책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도 “우리나라에서 관치금융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정부에서 국책은행이든 시중은행이든 채권비율까지 정해서 하달하는 것은 사실상 경영에 개입하는 것이며 배임을 종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관치금융을 단절시키기 위한 대안으로 “장기적으로 보면 감독기구 역할이 중복된 금융위을 없앤 후 산업정책은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감독권한은 금감원에 주면서 단일 감독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