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재단 '박삼구 배임 논란'에도 손자사 늘려

2016-06-13 06:00

아주경제 김은경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경영권을 되찾는 과정에서 공익재단인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을 앞세우는 바람에 배임 논란에 빠져있으나, 재단은 주요 계열사에서 일감을 챙길 수 있는 손자사를 되레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100% 지분을 가진 여객지원서비스업체 케이에이는 4월 100% 출자로 항공지원서비스업체 에이큐를 새로 만들었고, 공정위는 이 회사를 이달 1일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로 신규 편입시켰다.

케이에이는 2015년 전체 매출 295억원 가운데 약 99%를 아시아나항공(234억원), 아시아나에어포트(39억원), 에어부산(18억원)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로부터 벌어들였다.

박삼구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케이에이와 에이큐뿐 아니라 케이에프와 케이알, 케이오 지분도 100% 보유하고 있다. 이런 회사는 모두 매출 대부분을 계열사를 통해 채워왔다. 케이알은 2015년 매출 100%를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올렸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뿐 아니라 그룹에서 만든 학교법인인 죽호학원도 케이지, 케이아이 지분을 100% 가지고 있다. 두 회사 역시 매출을 계열사와 내부거래에 의존한다.

박삼구 회장 일가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을 세운 1977년 이래 한 차례도 사재를 출연한 적이 없다.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만 이 재단에 돈을 대왔다. 이런 자금이 다시 재단 사업목적과 무관한 주식 취득이나 자회사 설립에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삼구 회장은 2015년 10월 금호산업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 케이아이, 아시아펀드, 케이에이, 케이에프 4개사(47억원)와 본인이 1301억원을 출자해 금호기업을 설립했다. 금호기업은 금호아시아나그룹 대표회사인 금호산업 지분을 약 47% 보유하고 있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재단 설립 취지에 어긋나는 지배구조는 바람직하게 개선돼야 한다"며 "기업 이미지에 역효과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