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도수치료 실손보험 제외…보험업계 "분쟁 증가할 것"
2016-06-10 00:00
아주경제 한지연·윤주혜 기자 = # 잦은 허리통증을 호소했던 김 모(40·여)씨는 지난해 서울의 한 정형외과에서 경추통, 경추 염좌 진단을 받고 의사로부터 도수치료(물리치료)를 권유받았다.
이후 그는 지난해 8월~10월까지 19차례, 같은해 10월~12월까지 22차례에 거쳐 도수치료를 받고 보험금을 신청했다. 보험사는 1차 도수치료비 99만7700원은 지급했지만, 2차 치료비 247만6000원은 질병치료의 목적이 아니라며 지급을 거절했다. 김 씨는 보험사로부터 치료비를 받을 수 있을까.
금융당국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실손보험 도수치료에 첫 제동을 걸었다. 도수치료는 의사의 진단에 따라 전문 의료인이 약물이나 수술 없이 맨손으로 환자의 환부를 주무르거나 통증을 완화해주는 치료기법이다.
도수치료는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아 주로 민간보험에서 이를 대체해왔다. 그러나 비싼 진료비와 과잉진료로 실손보험료를 상승시키는 주범으로 지적 받아왔다.
9일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질병 진단에 대한 객관적 검사결과가 없고 질병상태의 호전도 없이 반복적으로 시행된 도수치료는 실손보험금 지급대상이 아니라고 결정했다.
금감원은 도수치료 진단의 기초가 되는 객관적인 검사결과가 없고, 반복적인 치료에도 환자의 상태가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가 없다는 점을 이번 결정의 근거로 삼았다.
이에 따라 앞으로 보험사들은 김 씨의 사례처럼 객관적 결과를 입증할 수 없는 치료의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그동안 도수치료에 대한 적절한 보상기준이나 가이드라인이 없어 보험사와 가입자간의 각종 분쟁이 끊이질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도수치료 및 미용 수액치료 등은 일부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로 실손의료보험료 인상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돼왔다"며 "효과없이 반복된 도수치료는 실손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앞으로 과잉 진료행위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일단 환영하고 있다. 도수치료는 대표적인 비급여항목으로 가격과 처방이 병원마다 천차만별이다. 척추나 자세교정 등 치료가 아닌 미용목적으로 남발되는 경우도 많다. 최근에는 필레테스나 요가학원 등에서도 페이닥터(봉직의)를 고용해 도수치료 진단서를 끊어주는 사례도 있다.
A손보사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법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앞으로 의사들이 도수치료를 무분별하게 권유하는 행위에 대해 '경고'한 것이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긍정적"이라며 "소비자들 입장에선 손해율이 개선되면 매년 20~50%오르던 실손보험료 인상 관행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줄어드는 보험 적용 범위 문제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또 금감원이 판단한 '객관적 기준'이 모호해 향후 레이저, 한방, 안과 등 비급여진료에 대한 논란을 키울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B회사 관계자는 "실손보험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에서 나온 결정이기 때문에 향후 분쟁만 키울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원하고, 의사들이 진단하면 보험사들은 돈을 지급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실손보험 가입자는 약 3400만명에 달한다.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나머지 의료비를 보장해주는 탓에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지만 과잉진료나 의료쇼핑 등으로 보험금을 타내는 등 악용하는 사례도 많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실손보험 가입자 가운데 보험금을 탄 사람은 728만명으로 전체 가입자의 23%수준이다. 그러나 손해율은 2013년 109.4% 2014년 125.9%, 2015년 129.6%로 매년 높아지고 있다.
대다수 가입자들이 보험금을 탄 적이 없는데도 일부 가입자의 모럴해저드 때문에 운영할수록 손해를 보는 악순환의 구조가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올 초에도 삼성화재, 동부화재, 현대해상 등 주요 손보사들은 실손보험료를 20~50% 인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