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엽 칼럼] 외국 금융감독기관 수장과의 정례회의

2016-06-07 10:37

 

 

이규엽 제주대학교(법과정책연구원) 한중금융연구센터장 겸 로스쿨 겸임교수


2014년 4월 4일 당시 금융감독원장인 최수현 전 금감원장이  베이징을 방문하였다. 방문 목적은 중국 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CBRC)의 샹푸린(尚福林) 주석과의 면담이였다. 최수현 원장의 수행 겸 통역자로서 면담에 동석하였다. 면담시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는 양국 감독기관의 수장이 매년 정례적으로 회의를 개최하자는 것이였다. 최원장의 제의에 샹주석은 추후 시간을 가지고 검토하자고 말하면서 즉답을 피하였다. 최원장이 귀국후 실무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 CBRC를 다시 찾아갔다. CBRC 국제파트 담당직원은 우리나라 금융감독기관의 실정을 비교적 잘 알고 있었다. 한국의 금융감독기관의 장은 자주 교체된다. 금융감독기관 수장은 정책결정과 집행에 따라 양분되어 있다. 따라서 양국 감독기관 수장의 정례 회의는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하였다. 정례 회의를 제의했던 최원장은  그 해 11월에 금융감독원장직에서 물러났다.

[이규엽 제공]


 
우리나라에서 은행에 근무하고 있는 총 직원수는 약 10만명이다. CBRC는 금년 4월에 16개 시중은행의 총 직원수가 1,873,541명이라고 발표했다. 양국간 은행에 근무하는 직원 총수는 18배 정도의 차이가 난다. 양국 감독기관 수장의 재임기간도 격차가 심하다. 1999년 1월 2일 금융감독원이 설립된 이래 현재까지 10명의 금융감독원장이 임명되었다. 2008년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의 겸임을 금지하여 정책기능과 집행기능을 분리된 이후에는 5명의 금융위원장이 임명되었다. 한편 2003년 4월 25일 설립된 CBRC의 초대 주석인 료밍캉(刘明康)은 8년간 재임후 2011년에 만 65세에 퇴임하였다. 후임자는 현 샹푸린 CBRC주석이다. 중국 정부의 기관장은 대개 장기간에 걸쳐 자질 검증을 받은 후 임명된다. 한번 임명된 후에는 보통 5년의 임기를 보장받고 큰 실책이 없으면 연임된다.
 
미국의 경우도 은행업감독기능을 가지고 있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4년의 임기를 보장받고 연임이 가능하다. 윌리암 맥체스니 마틴 주니어 (William McChesney Martin Jr.)는 1951년부터 1970년까지 19년간 FRB 의장을 지냈다. 미국의 경제대통령으로 불렸던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는 1987년부터 2006년까지 18년간 FRB 의장을 역임했다. 직전 FRB 의장인 벤 버냉키(Ben Bernanke)도 2006년 2월부터 2014년 1월까지 8년간 재임했다. 만약 FRB 의장이나 CBRC 주석이 한국 금융감독수장과 정례회의를 가졌다면 그들은 거의 매년 새로운 한국측 수장을 만나야 했을 것이다.
 
금융산업은 어느 국가든지 안정적으로 추진해야 할 산업 가운데 하나이다. 금융감독기관장은 정권이 교체된다고 해서 쉽게 흔들려서는 안된다. 국민과 국가의 입장에서 긴 안목을 가지고 금융산업과 금융감독정책을 입안하고 일관성있게 집행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추진한 정책이 어느 정도 가시적 성과가 나타날 때까지 법정 임기는 보장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