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채무조정 8부 능선 넘었다(종합)

2016-05-31 18:25
사채권자 집회 첫날 6300억 채무조정안 성공

31일 오후 '제177-2회 무보증사채 사채권자집회'가 열린 서울 종로구 현대그룹 빌딩 로비가 취재진과 채권자들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이날 현대상선은 회사채 2400억원어치에 대해 사채권자집회를 열어 참석 채권자들의 동의로 채무 조정안을 의결했다.[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김봉철·이정주  기자 =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 타결이 임박한 가운데 2차 관문인 사채권자 집회도 8부 능선을 넘었다.

현대상선은 31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현대그룹 본사에서 열린 사채권자 집회 첫날, 6300억원 규모의 채무재조정에 성공하면서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 사채권자들, 경영 위기 공감대…3건 채무조정안 일사처리 가결

이날과 내달 1일간 5회에 걸쳐 개최되는 사채권자 집회는 총 8042억원의 채무재조정 방안을 놓고 찬성과 반대를 결의한다. 각 회차별로 가결되려면 참석금액의 3분의 2이상, 총 채권액의 3분의 1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집회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집회 종료 후, 회사 측이 제시한 채무조정안이 100%에 가까운 동의로 가결됐다.

조정안은 회사채 50% 이상을 출자전환하고 잔여 채무를 2년 거치·3년 분할상환하는 내용이 골자다. 금리는 연 1%로 낮춘다.

출자전환되는 회사채는 내달 1일 사채권자 집회 후 정해지는 출자전환주 발행일 기준으로 전후 3일 평균가격에서 30% 할인해 주식으로 전환된다.

금융권 협약채권자가 5년의 보유기간이 있는 것과 달리 보유기간이 없는 조건이다. 언제든지 주식시장에서 현금화 할 수 있다.

이날 사채권자 집회는 대부분 지역농협과 신용협동조합 등 법인 투자자들이 많아 통과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돼 왔다.

전체 공모 회사채(8043억원) 가운데 75%는 기관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다. 산업은행 1200억원과 △지역농협(옛 단위농협) 2000억원 △신협 1100억원 등 상호금융기관이 가지고 있다.

특히 용선료 협상에 대한 긍정적인 소식이 전해진 만큼 사채권자들의 동의를 얻기 쉬워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현대상선 측은 초미의 관심을 받고 있는 용선료 인하율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았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앞으로도 숫자는 공개되지 않을 것”이라며 “사채권자들에게 진행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동의를 요청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채권단에서 잡은 용선료 조정 폭은 28.4%였지만 실제 성사된 인하폭은 20%대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은 작년 한 해 용선료로 총 9760억원을 지급했고 이 중 컨테이너선이 70%를 차지한다. 이 수치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용선료 인하 폭이 20%로 결정될 경우 연간 195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출자전환과 용선료 협상이 잘 마무리되면 부채비율은 200%대로 낮아질 전망이다.

김충현 현대상선 상무(CFO, 최고재무책임자)는 첫 날 사채권자 집회가 종료된 뒤 기자들과 만나 “회사가 용선료라든가 얼라이언스 가입 문제를 아직 해결 못했는데도 사채권자들께서 압도적인 찬성률로 지지를 해주셨다”며 “그런 점에 대해서 굉장히 감사드리고 조속한 시일 내 마무리 짓고 보답을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1일 오전 542억 규모 개인투자자 변수

무난하게 가결된 첫날 집회와 달리 1일로 예정된 집회에 대한 전망은 쉽게 낙관하기 어렵다.

현대상선은 이날 오전 11시, 오후 3시 두 차례 집회를 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오전 11시에는 개인투자자들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사채 규모는 542억원 정도다.

현대상선 직원들은 그동안 이들 개인투자자를 설득하기 위해 일일이 개인 방문에 나서 사전 동의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첫 날 집회는 대체로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집회는 마무리됐지만, 일부 사채권자들은 지나친 희생을 강요한다는 볼멘소리도 터져 나왔다.

한 금융사 담당자는 “회사가 요구한 조건 중 출자전환을 50% 이상으로 요구하는 것은 비율이 필요 이상으로 높다”며 “원금 이자율도 대부분 포기한 마당에 출자전환은 30% 정도면 적당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소재 단위 농협에서 온 관계자 역시 “우리(사채권자) 입장에서는 손실률이 가장 큰 문제”라며 “보유한 채권의 출자전환 기준 가격도 향후 법원에서 (출자전환) 효력발생을 승인한 이후의 가격에서 30% 가량 할인된 수치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월 17일 처음 추진했던 사채권자 집회에서는 투자자들은 손실에 대한 회사 측 책임을 강하게 제기하며 무산된 바 있다.

한편 해운동맹 ‘디(THE) 얼라이언스’에서 일단 제외된 현대상선은 9월께 회원사가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 합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다음 달 2일 서울에서 열리는 또 다른 해운동맹체인 ‘G6 정례회의’에서 디 얼라이언스에 포함된 일부 선사들을 대상으로 설득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출자전환과 용선료 협상이 모두 성공하면 해운동맹 가입도 순탄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