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거부권’ 국회법 개정안, 20대 국회 첫발부터 격랑
2016-05-30 00:30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파국이냐, 타결이냐.’ 30일 닻 오른 제20대 국회가 초반부터 격랑 속에 빠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19대 국회 막판 국회법 개정안(일명 상시 청문회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로 20대 국회 첫발부터 대치 국면이 조성됐다.
1년 전 이른바 ‘유승민 사태’가 끝나기도 전에 또다시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입법부와 행정부가 정면 충돌하자, 일각에선 18대 국회의 ‘동물 국회’, 19대 국회의 ‘식물 국회’를 넘어 ‘뇌사 국회’로 치닫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대 국회 지각 출발 불가피…院구성 지연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원 총선거(총선) 후 최초 임시회(본회의)는 임기 개시일부터 7일, 각 상임위원장은 그로부터 3일 내 선출해야 한다. 다음 달 5일이 일요일, 6일이 공휴일인 현충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20대 국회는 6월 7일과 9일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각각 선출해야 한다. 사실상 20대 국회 개원 예정일조차 장담할 수 없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본지와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정쟁의 국면에 서더라도 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여·야 간 전면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법 개정안 재의결, 거부권 정국 핵심
거부권 파동 정국의 핵심 관전 포인트는 20대 국회에서 박 대통령이 거부한 국회법 개정안의 재의결 여부다. 이는 헌법 제51조가 규정한 ‘회기 불연속’과 맞물려있다. 동 조항은 ‘국회에 제출된 법률안 기타의 의안은 회기 중에 의결되지 못한 이유로 폐기되지 아니한다. 다만, 국회의원의 임기가 만료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비롯해 다수 의원들은 국회법 개정안이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만큼, 임기 만료에 따른 자동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했다. 19대 국회와 20대 국회는 연속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경우 상시 청문회를 골자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은 의원 발의부터 시작해야 한다. ‘소관 상임위원회→법제사법위원회→본회의’ 등의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는 얘기다. 20대 국회 전반기가 거부권 정국에 묶일 것이란 우려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김명연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이제 정치가 더 이상 민생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여권을 정조준했다.
그러나 야권의 입장은 단호하다.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요건을 불충족, 정부여당의 주장은 원천무효라는 입장이다.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정부가 재의를 요구하면 헌법(제53조)에 따라 재의에 부치고,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기존 안에 찬성하면 법률안으로 확정된다.
이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이 국회법 개정안 재의결을 고리로 공조 행보를 할 경우 협치 정국은 물 건너갈 전망이다.
이날 임기를 마친 이종걸 더민주 원내대표는 국회 원내대표회의실에서 가진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제 원내대표 임기는 국회법에서 시작해서 국회법으로 끝났다”고 꼬집었다. 이용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도 새누리당을 향해 “삼권 분립과 협치의 정신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 ‘박비어천가’를 부르며 청와대 기류만을 살피지 말고 당당하게 국회법 개정안 재의결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고 힐난했다. 야권은 헌법재판소에서 관련 위헌성 여부를 따지는 방안도 검토, 20대 국회 초반 정국 격랑은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