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시티' 매각 잡음…STS개발 '부동산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

2016-05-25 19:20
우리은행 등 매각 측 상대로 신청…손해배상 소송도 고려


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최근 10년 만에 새 주인을 찾은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옛 화물터미널 부지)가 소송에 휘말렸다. 앞서 파이시티 인수에 나섰던 STS개발이 매각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2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STS개발은 지난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파이시티 부지 매각 측인 우리은행과 무궁화신탁을 상대로 '부동산 처분금지 가처분신청'을 했다. 부동산 처분금지 가처분신청은 본안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소유자가 매매나 증여 등 부동산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소송이다.

STS개발은 지난해 8월 실시된 파이시티 매각 본입찰에서 정당한 매수자 지위를 획득했으나 매각 측에서 일방적으로 무효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본입찰에는 건인디앤씨, STS개발, 글로스타 등이 참여했다.

건인디앤씨는 4700억원대로 가장 높은 가격을 써냈으나 자금 증빙을 못했다. STS개발은 두 번째로 높은 가격인 4437억원을 제시하고, 자금 증빙을 위해 메리츠종금증권·메리츠캐피탈·메리츠화재보험 등을 통해 받은 5000억원에 해당하는 투자확약서(LOC)를 함께 제출했다. 그러나 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 않았다.

STS개발 관계자는 "4437억원은 서울시에 수용된 토지 일부의 보상금 89억원을 제외한 금액이며, 매각 주간사를 통해 '이 정도 금액이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본입찰에서 차순위로 실질적인 계약 당사자의 지위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매각이 무효화돼 막대한 금전적 손실을 입었다"고 말했다. STS개발은 손해배상과 민형사 소송도 제기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등 매각 측은 "매수자 선정은 전적으로 매각 주간사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지난 본입찰에서는 적정한 매수자가 없었다"며 부인했다.

서울 강남의 노른자위로 불리는 파이시티 용지는 국내 최대 복합유통단지(사업비 3조원)로 개발될 예정이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파이시티가 자금난을 겪으며 사업이 무산됐다.

지난해 STS개발의 본입찰은 두 번째 인수 시도였다. 앞서 2013년 파이시티 용지 개발에 나섰으나 인수·합병(M&A) 본계약의 잔금 지급을 앞두고 인허가가 취소돼 인수를 포기한 바 있다. 당시 4012억원의 계약금을 손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