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미리 보는 4차 산업혁명] ③ 4차 산업혁명의 입법을 알려주마

2016-05-25 18:00

▲ 지난 1월 19일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 제46차 연차총회(일명 다보스포럼) 개막 전야, 다보스 컨벤션센터 유리창에 비친 WEF 로고. 올해 다보스포럼의 주제는 '4차 산업혁명의 이해'였다. [사진=연합뉴스/AP 제공]


4차 산업혁명의 융·복합 빅뱅이 시작된다. 이제까지의 변화는 잊어라. 새로운 시대의 서막이다. 4차 산업혁명이 뜨거운 감자다. 정부와 정치권도 산업계도 학계도 ‘4차 산업혁명을 위한, 4차 산업혁명에 의한, 4차 산업혁명을 위한’ 글로벌화를 주요 화두로 던졌다. 그러나 우리가 갈 길을 멀고 험하다. 창조적 혁신을 위한 플랫폼은 부족하다. 알파고와 인공지능의 대대적 혁신을 위한 규제 철폐도 요원하다. 이제는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 이에 본지는 총 4편의 기획을 통해 ‘미리 보는 4차 산업혁명’의 길을 제시한다. 그 첫 번째는 ‘20대 국회 왜 4차 산업혁명인가’다. 이어 ‘여야 과학통 3인 지상중계’ ‘4차 산업혁명의 입법을 알려주마’ ‘컨트롤타워 ICT 부총리 신설해야’ 등이 이어진다. <편집자 주>

아주경제 이수경·김혜란 기자 = 산업 패러다임의 전환기가 시작되는 시점에 우리나라 국회도 20대라는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할 때다.

정치권은 발빠르게 이를 위한 발판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입법기관으로서 국회의 역할이 충실히 이행되지 못하면 변화의 바람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신산업의 활로를 터주고 업종 간 경계에 자리잡은 규제를 터 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마침 여야 3당 모두 비례대표 1번은 과학계 인사들이다.

◆ 허물어지는 경계, 규제 정비는 '급선무'

"4차 산업혁명은 무조건 첨단 산업분야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전통산업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한 단계 새로운 '업그레이드' 과정을 얘기하는 거예요. 이를 위한 인프라 구축, 인력 재배치 등을 할 수 있도록 국가의 생태계를 바꿔나가야 합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장을 역임했던 새누리당의 김성태 당선인(비례대표 8번)은 25일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이 같이 말했다. 유연한 변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기간을 거쳐야 한다는 얘기다.
 

▲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1월 21일 발표한 '신사업의 장벽, 규제 트라이앵글과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신사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소개했다. 


특히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첨단 산업을 국내 주력산업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선 국회가 팔을 걷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20대 국회가 이를 위해 수행해야 할 과제들은 ▲산업 생태계 규제 체계 정비 ▲산업재편에 따른 실업대책 ▲'연구자 친화적' 연구 환경 조성 ▲ 4차 산업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 개혁 등이 거론된다.

규제 정비는 4차 산업혁명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화두다.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는 '융합'. 그러나 법마다 세부적으로 쪼개져 있는 규제들이 융합을 방해할 수 있다.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장을 역임하고 KT에서 IoT사업을 이끌었던 송희경 새누리당 당선인(비례 1번)은 "미래 먹을거리를 창출하려면 규제 철폐가 급선무"라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송 당선인은 현행법인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의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이 법은 민간영역의 자율적 기술 발전을 지원하거나 소프트웨어 발전에 따르는 사회적인 위험 등을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그는 "사물인터넷 시대는 빅데이터로 정보를 취합해도 개인정보보호법에 막히고 위치정보 수집 역시 위법으로 막힌다"면서 "IoT-클라우드-빅데이터 간 맞물린 규제를 법으로 걷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보보호산업 발전법 개정도 그래서 추진할 계획이다.

물리학자 출신으로 기초과학연구원장(IBS)을 지냈던 오세정 국민의당 당선인(비례 2번)은 "연구현장에선 연구비를 사용하는데 규제가 많은 데다 부처마다 규제가 달라 힘들다"면서 "연구자 친화적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출연한 연구소를 기타 공공기관에서 제외해, 수익이 발생하는 다른 공공기관과 동일한 법을 적용하는 현실을 뜯어고칠 생각이다. 19대에서도 이러한 법이 발의됐으나 통과되진 못했다.

아울러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ICT융합특별법)',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 '뇌연구촉진법' 등 기존에 시행중인 법안들도 보완을 통해 규제와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지적들이 업계에서 나온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과학기술에 참석해 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소프트웨어 개발, 인재 육성이 시급

변화에 맞는 인재 육성과 인력 재배치는 패러다임 전환에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과제 중 하나다.

오 당선인은 "(4차 산업 혁명으로) 산업 구조와 고용 구조가 변하면서 실업자가 많이 생길텐데 이들에게 새로운 기술을 가르치고 새로운 직업에 적응할 수 있게 재교육이 필요하다"며 "실업 급여만 제공할 게 아니라 재교육에 대한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며 관련 입법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여기서 거론되는 것이 과학 기술인력을 지원하기 위한 법 체계 마련, 교육 커리큘럼의 다양화 등이다. 여성 인재, 청소년 인재 등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들의 '소프트웨어'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에서 여성 과학인재 육성에 힘썼던 물리학자 출신의 문미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비례 7번)은 이에 대한 입법 발의를 검토할 계획이다. 수학자 출신인 더민주의 박경미 당선인(비례 1번)은 2015년 교육과정 개정에 따라 정보교육 등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과학교육진흥법을 '과학수학정보교육진흥법'으로 확대 개정하는 식이다. 박 당선인은 "2018년부터 중·고등학교 컴퓨터실의 PC가 구형인데, 예산을 확보해서 인프라부터 확보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송 당선인은 벤처기업 진흥법안, 규제프리존특별법 등을 20대 국회에서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창조혁신센터를 4차 산업혁명의 전진기지로 삼아야 한다"면서 "스타트업 기업들이 18개 센터로 들어가 지역 청년층의 고용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