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 종사자 거래시간 연장에 "득 없이 일만 늘어"
2016-05-24 17:30
아주경제 김부원·김은경·서동욱 기자= 한국거래소가 8월부터 주식 거래시간을 30분 연장하기로 결정하자, 증권업 종사자 사이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거래소가 기대하는 글로벌 경쟁력 제고나 투자편의 증진 같은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노동 여건만 악화시킬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목적으로 무리하게 거래시간을 늘리려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24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과 한국거래소 노조는 이날 거래소에서 내놓은 거래시간 연장 방안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MSCI 측이 제시한 무리한 요구에 휘둘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MSCI가 싱가포르 거래소에 MSCI 한국물지수를 상장하도록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한국물지수 선물이 싱가포르에 상장하면 국내 파생상품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거래시간 연장 효과에 대한 실증적인 분석도 없다"며 "되레 근로 여건만 악화되고, 단타 거래만 늘어 투자자 손실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는 MSCI 요구에 휘둘리지 말고, 국내시장과 시장참가자를 보호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거래시간 연장 계획을 폐지하고, 파생상품 해외상장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현업에 있는 증권업 종사자도 상당수가 거래시간 연장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거래소가 기대하는 것처럼 거래대금이 일시적으로 늘 수는 있겠지만, 기대에는 못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직원도 "거래량만 늘어난다고 증시가 활성화되는 게 아니고, 시장가치가 높아져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굳이 비유하자면 좋은 물건을 파는 백화점에는 개장부터 물건을 사려는 고객이 줄을 서겠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폐장을 늦춰도 손님이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거래소는 기우라는 입장이다. 김원대 거래소 유가증권시장 본부장은 "MSCI 선진지수 편입과는 무관하게 2014년부터 매매시간 연장을 추진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국제경쟁력 강화와 투자편의 증진을 위한 것"이라며 "박스권 증시에서 탈피하고, 증권업계 수익을 증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