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상시 청문회법’ 거부권 공방 격화…국조실 “정부업무 굉장히 위축시킬 것”(종합2보)
2016-05-23 17:29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19대 국회가 지난 19일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상임위 차원의 청문회 활성화를 골자로 한 이른바 ‘상시 청문회법’(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대해 여당은 국정마비를 우려해 차라리 행사를 바라는 반면 야당은 협치에 위배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는 향후 ‘거부권 후폭풍’을 우려, 장고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무조정실은 이날 오후 우려를 공식 표명, 향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기 위한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우선 새누리당은 이번 개정안이 법률안뿐 아니라 사회 주요 현안까지 청문회의 대상으로 삼은 이번 개정안이 행정부 견제 차원을 넘어 국정 마비를 초래한다는 우려다. 차라리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낫다는 입장도 나온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23일 “야당이 일하는 국회라는 미명을 내세우고 있지만 오히려 정쟁하는 국회로 갈 것”이라면서 “차라리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낫다”고 밝혔다.
반면 더민주는 국회에서 결정된 사안에 바로 제동을 거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국회 발목잡기’라며 각을 세웠다.
국민의당 또한 청와대의 ‘행정부 마비’ 우려는 기우라며 재개정 또한 불가 입장을 밝혔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이날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 중심으로 민생 중심으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갈 때 일각의 우려는 기우가 될 것”이라며 “이제 막 국회에서 통과된 국회법에 대해서 거부권 운운하거나 재개정을 거론할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상시 청문회법의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현재로선 아프리카 순방에서 귀국하는 내달 5일 이후 중 정례 국무회의가 열리던 7일(화요일)이 유력시 된다.
그러나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따른 국회의 표결도 난제다. 개정안이 폐기되려면 재적 과반수 출석 중 출석 의원 3분의 1 이상이 반대하면 된다. 현재 새누리당 소속 의원은 122명으로서 충분히 폐기 가능하지만 이탈표가 문제다. 70명 안팎으로 얘기되는 친박(친박근혜)계 성향의 표 결집은 공고하겠지만 그외 50여명 가부는 가늠하기 어렵다.
거부권을 행사해 일단 법안이 폐기된다면 청와대가 목적은 달성하겠지만 박 대통령 임기 종료까지 야당과 날 선 대치는 불가피하다.
더 큰 문제는 ‘여당내 반란표’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도 불구, 국회법 개정안이 그대로 확정되면 여권 내홍은 극한으로 치닫을 수 있다. 총선 참패 이후 여권 내홍이 급기야 ‘분당 사태’로 이어지고 박근혜 정부의 레임덕(권력누수)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청와대가 이날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못한 채 장고에 들어간 것 또한 거부권 행사에 따른 정치적 후폭풍를 우려한 때문으로 해석된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국회법과 관련해 제가 알기론 어떤 것도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이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굉장히 (정부) 업무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공식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이렇게 격상되는 것은 굉장히 정부에 큰 영향을 주게 돼 있다”면서 “공무원이 소신있게 일할 수 있는 풍토가 어떻게 될 지 우려가 많다”고 덧붙였다.
한편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처리된 국회법 개정안은 이날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돼, 법제처가 심의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