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人100言]유성연 “이익의 많고 적음을 따지면 동업은 오래 못 간다”

2016-05-23 11:33
한국경제의 기적을 이끌어낸 기업인들의 ‘이 한마디’ (89)

송은(松隱) 유성연 삼천리그룹 공동 창업자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동업하려는 사람이 있거든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자본금을 60대40으로 냈더라도 이익은 50대50으로 나눌 자세가 돼 있다면 동업하라. 이익의 많고 적음을 따지면 절대 오래 못 간다.”

송은(松隱) 유성연 삼천리그룹 공동 창업자는 ‘동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가 돈을 좀 더 많이 냈으니까, 그리고 내가 더 노력했으니까 이익도 더 많이 가져야겠다는 생각으로는 동업을 할 수가 없다는 지적이다.

동업을 하다보면 어느 한쪽이 게으름을 피울 수도 있다. 그러면 ‘나도 즐기며 놀아야지’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나라도 열심히 해야지’라는 자세가 돼야 한다. 돈을 쓰는 일도 마찬가지다. 한쪽이 더 많이 쓴다고 생각하면 ‘나라도 적게 써야지’라고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그는 “우리는 동업 초기 탄가루를 마시며 연탄을 찍을 때부터 이런 이야기를 서로 나누었고, 그 후 한 번도 서로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고 전했다.

삼천리 그룹은 송은과 석원(石園) 이장균 창업자가 1955년 함께 설립한 ‘삼천리연탄기업사’를 모태로 한다. 함경남도 함흥이 고향인 두 사람은 1947년 소련군 상대로 쇠고기 통조림 장사를 하면서 만났다. 한국전쟁 때 월남한 두 사람은 이후 거제도(유 회장)·포항(이 회장)에서 장사를 하다 재회해 창업했다. 사업 초기에는 부부 두 쌍이 단칸방에 함께 기거하기도 했다. 이들이 연탄 수레를 끌고 밀면서 시작한 사업은 60년이 지난 현재 매출 3조7000억 원대(2015년 말 기준)의 도시가스·자원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에너지그룹으로 성장했다.

두 사람은 창업하면서 세 가지 원칙을 정하고 문서로 남겼다고 한다. 첫째는 전 계열사 주식을 양가가 동일한 지분으로 소유한다. 둘째는 어떤 비율로 투자하든 이익은 똑같이 나눈다. 셋째는 한 쪽이 반대하는 사업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어느 한 가족에 불행한 일이 생기면 그 가족을 끝까지 책임진다”는 서약도 함께 들어있다. 이 원칙과 서약은 2대로 넘어온 지금까지 그룹 경영철학의 뼈대로 지켜지고 있다.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이였지만 둘의 성격은 달랐다고 한다. 송은이 심사숙고형이었다면, 석원은 직설적이고 외향적이었다. 그룹의 명운이 걸린 고비마다 두 사람은 논쟁을 벌였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신뢰는 끝까지 지켜 타협을 이뤄냈다고 한다. 둘 중 나이가 위였던 송은은 “동업은 서로의 잘못을 드러내는 게 아니라 과오를 덮어주고 다독이며 한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1997년 12월 13일, 석원이 작고한 지 15개월 만인 1999년 3월 31일 송은도 세상을 떠났다. 송은은 석원의 장례식이 끝난 뒤 양가 2세인 이만득·유상덕 회장을 불러 두 손을 잡게 한 뒤 “서로 욕심내지 말고 혈육처럼 지내라”며 유언같이 당부했다.

그 뒤 2세 회장은 지분을 ‘%’ 단위로 나누지 않고 주식 수까지 맞추는 식으로 지분을 조정하며 동업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성실·정직·신용을 경영이념으로 삼아 온 송은은 숙환 중에 ‘성실의 삶 일진(一進)의 길’이라는 책을 집필했다.

그는 책 속에서 “우리는 장사를 하던 시절부터 돈을 빌려 주고 빌려 쓰곤 했다. 그런데 우리는 처음부터 이자나 증서 같은 것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변제 시에는 반드시 이익금을 배당하여 돌려주는 예의를 지켰다. 이러한 거래는 사업이 늘어나고 횟수가 거듭되면서 자연히 튼튼한 신뢰로 자리잡게 되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