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광효 기자=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 유흥가에서 20대 여성이 낯선 남성에게 흉기에 찔려 피살되는 사건(이하 강남역 묻지마 살인)이 발생한 가운데 검거된 강남역 묻지마 살인범은 여자들이 자신을 무시해 살인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현재 강남역 묻지마 살인범이 피해자를 성폭행하려다 살인을 저지른 것은 아닌지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강남역 묻지마 살인에 대해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17일 오전 1시 20분쯤 서초구에 위치한 상가의 남녀 공용 화장실에서 직장인 A씨(23,여)가 시신으로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발견 당시 A씨는 흉기로 왼쪽 가슴 부위를 2∼4차례 찔려 피를 흘리며 변기 옆에 쓰러져 숨진 상태로 있었다.

강남역 묻지마 살인이 발생한 상가는 강남역과 서울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 사이에 위치한 지상 4층짜리 건물이다. 인근에 주점과 노래연습장 등이 많이 있어 저녁시간과 심야에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

A씨는 1층 주점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2층 노래방으로 올라가는 계단 중간에 있는 화장실에 볼일을 보러 들어갔다가 피살됐다.

A씨의 지인은 A씨가 화장실에 간 후 오랜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찾으러 갔다가 A씨가 사망한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건 현장 부근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 범행 추정 시간대에 김모 씨(34)가 화장실로 들어간 것을 확인하고 그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경찰은 김 씨가 사건이 발생한 상가 주점 종업원이고 인근 다른 식당에서도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17일 오전 10시쯤 출근하는 김 씨를 잠복 끝에 검거했다.

김씨는 검거될 당시 CCTV에 찍힐 당시와 똑같은 옷차림이었다. 바지 오른쪽 주머니에 길이 32.5cm의 흉기를 소지하고 있었다. 이 흉기는 김 씨가 일하는 식당 주방에서 사용하는 것.

김 씨는 “범행 전날 주방에서 몰래 흉기를 들고 나왔다. 화장실에 미리 숨어 있다가 들어오는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여자들이 나를 무시해서 그랬다. A 씨와는 알지 못하는 사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김 씨가 자신이 드나들던 남녀공용 화장실에서 A씨를 성폭행하려다 죽인 것은 아닌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김 씨의 진술대로라면 김 씨는 그 동안 여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호감이 있던 여성들에게 무시를 당해오다 거기에 대한 분노가 폭발해 A씨를 살해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김 씨가 이전부터 A씨에게 호감을 느껴왔고 화장실에서 성폭행을 시도하려다 A씨가 반항하자 살해했을 가능서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