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배우 윤상현, 그가 만들어내는 연기의 맛
2016-05-12 14:13
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드라마가 끝나니 순간적으로 감정이 울컥했어요. 단 한 번도 운적이 없었는데…”
배우 윤상현은 참 따뜻한 사람이었다. 정든 스탭, 배우들과의 이별에 눈물을 흘릴 정도로 순수했다. 그는 “친해진 게 얼마 되지 않았는데 드라마가 끝나서 아쉽고 서운하더라”는 소감을 밝혔다.
지난 7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욱씨남정기’를 통해 지질하지만 따뜻한 주인공 남정기를 연기한 윤상현은 종영 후 소회를 털어놨다. 특히 함께 호흡을 맞췄던 배우 이요원과의 이별이 가장 아쉬운 눈치였다.
촬영장에서 이요원을 만나는 게 너무 즐겁다고 말하던 그는 이제 이요원과 허물없이 지낼 만큼 가까워졌을 때 드라마가 종영하는 것이 섭섭했다고. 또 이요원과 함께, 동갑내기 배우인 조동규 사장역의 류재명과도 호흡이 잘 맞았다. 16부작인 ‘욱씨남정기’에 대한 진한 아쉬움은 여기서도 묻어났다.
“재명 씨가 그렇게 재밌으신 분인 줄 몰랐어요. 첫 대본 리딩 할 때 만났는데 연기 안 할 땐 정말 조용한 성격이세요. 저랑 동갑이에요.(웃음) 사실 저도 동갑인 것에 놀랐어요. 야외 촬영할 때 이야기하면 지나가던 사람들이 반말하고 있는 저를 이상하게 쳐다보더라고요. 그런데 이야기 하다보면 정말 소년 같은 점이 있어요. 재명 씨와의 호흡이 정말 좋았어요. 그래서 ‘욱씨남정기’ 팀과는 16부작이 아닌 120부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욱씨남정기’ 하는 동안 저의 10%밖에 못 보여드렸어요. 16부작은 너무 아쉬웠죠.”
윤상현은 ‘욱씨남정기’를 통해 그만의 전매특허인 ‘지질한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그러나 처음엔 지질한 캐릭터가 싫어 거절했었다고.
“대본 읽으면서 느낀점이 많았어요. 아무렇지 않게 흘려 보냈던 생각들이 대본에 나와 있더라고요. 그래서 시청자분들에게도 도움이 많이 되겠지만, 제 개인적으로도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 드라마는 마냥 코믹한 드라마는 아녜요. 무슨 캐릭터냐고 여쭤봤더니 지질한 캐릭터라고 하시길래 싫다고 했죠. 그러나 대본을 읽어보니 달랐어요. 지질함이 달라서 좋았고, 그냥 웃긴 드라마가 아니라 좋았죠. 입봉하신 작가님의 글인데 너무 신선했어요.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기분이었죠.”
그는 지질한 캐릭터가 싫다고 했지만, 지질한 연기는 윤상현이 대한민국 대표임에는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어떤 분야에서든 연기를 잘 한다는 건 좋아요. 솔직히 제가 멋진 연기는 잘 못하지만 지질한 역할이 연기하기 너무 편하고, 웃음을 주는 캐릭터가 제게는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윤상현은 다수의 작품을 통해 다양한 연기를 펼쳐왔다. ‘욱씨남정기’가 결혼 후 첫 번째 인생작이라면 그에게 인생작품은 ‘겨울새’였다.
“제가 연기에 맛을 들인 작품이 ‘겨울새’였어요. 제 첫 번째 인생작이죠. ‘내조의 여왕’은 인생작이라기 보다 작가님, 감독님을 잘 만난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생각해요. 아무것도 없는 저를 멋지게 만들어 주셨거든요. 김남주, 오지호 씨가 고생한 상차림에 저는 밥 숟가락만 얹었을 뿐이예요.(웃음) ‘시크릿 가든’ 역시 현빈과 하지원 씨가 고생한 거였지 전 운이 좋았을 뿐이예요. ‘너의 목소리가 들려’ 역시 마찬가지고요. 제가 작품운이 좀 좋은 것 같아요. 이젠 운이 아닌 실력으로 평가 받아야죠. 운과 실력이 같이 오는 작품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가 연기에 맛을 들이게 한 작품이라는 ‘겨울새’에서는 함께 출연했던 중견배우 박원숙의 역할이 컸다고. 박원숙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그는 여전히 연기를 찾아 헤매고 다녔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겨울새’에서의 연기는 제게 안 맞는 옷을 입고 연기하는 느낌이었죠. 연기의 기본도 몰랐고 배워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저 대사 외운 걸 카메라 앞에서 내뱉는 것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겨울새’ 티저 촬영을 위해 방송국에서 초라영을 하는데 박원숙 선생님께서 뺨을 때리시는 장면이 있었는데 선생님이 감정 잡으시는 모습을 보고 그때 알았어요. 선생님처럼 진심으로 연기를 해야겠다고 느꼈거든요. 또 SBS 강신효 감독님도 빼놓을 수 없는 분이죠. 연기 못하는 애를 데려다가 사람 만들어보겠다고 하셨죠. 박원숙 선생님과 강신효 감독님 아니었다면 저는 아직도 연기를 찾아 헤매고 다녔을거예요. 박원숙 선생님을 만나서 배우고 연기를 알게됐습니다. 정말 감사드려요.”
윤상현은 연기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1년에 세 작품을 하는 게 목표란다. 카메라 앞에 서지 않으면 안절부절 못하는 그는 천상 배우였다.
느즈막히 배우를 시작해 데뷔한지 이제 11년이 된 윤상현. ‘배우’ 윤상현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다양한 역할을 많이 하고 싶어요. 지금보다 나이가 더 들었을 때 제가 무슨 작품을 했는지 돌아봤을 때 한 캐릭터에만 치중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특색을 가진 배우들과 함께 호흡했을 때 시너지 나오는 게 달라서 여러 장르의 드라마와 영화를 해보고 싶어요. 배우 이병헌 씨가 했던 역할 중에 ‘번지점프를 하다’ ‘악마를 보았다’같은 캐릭터도 좋은 것 같고요. 이병헌 씨 연기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잖아요. 이병헌 씨처럼 대배우가 되지는 못할지언정 비슷하게라도 여러 역할을 많이 해봐야겠어요. 스타가 되고 싶다는 생각보다 진짜 좋은 배우가 되어야겠다고 생각이 들어요. 후배 연기자들이 올라 올텐데, 그 후배들에게도 본보기가 되기 위해 좋은 배우가 되어야 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