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돈 찍어 부채상환" 전문가들 "미국 그리스 꼴 날 것"
2016-05-10 07:46
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가 이번에는 비정상적인 금융정책을 주장해 전문가들을 경악하게 했다.
트럼프는 9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라면 무엇보다도 돈을 찍어내기 때문에 채무불이행(디폴트)을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국채가 너무 많이 발행돼 채권금리가 오르고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이 되더라도 "국채를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다"며 "기업 경영에서는 언제나 발생하는 일"이라고도 말했다.
트럼프는 지난 6일 CNBC 인터뷰에서는 "나는 부채의 왕"이라고 말하며, 만기가 돼 갚아야 하는 국채 가운데 일부는 상환하지 않은 채 "협상하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트럼프의 주장이 나오자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전 세계의 금융체계를 완전히 무너뜨릴 위험한 발상이라고 일제히 비판한 바 있다.
미국 금융전문매체 마켓워치는 트럼프의 '돈 찍어 빚 갚기' 발상에 대해 "모든 미국인이 금융시장을 이용할 수 없게 만들 것"이라며, 그가 경제 현안과 관련해 "얼마나 허황된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맹비난했다.
보수주의 정책연구기관 '아메리칸 액션 포럼'의 더글러스 홀츠-에이킨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세계 금융무대에서 믿을 수 없는 상대로 여겨지는 일이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라며 "북한 경제처럼 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언론이나 금융 전문가들은 정부의 채무 상환을 의무가 아닌 협상 사안으로 삼을 수 있다는 트럼프의 언급에 대해 "비현실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해진 조건에 따라 표시된 금액을 반드시 갚는다는 약속 때문에 가치를 지니는 채권을 '협상'의 대상으로 삼아버리면 채권은 물론 채권과 연관된 모든 유가증권의 가격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재앙이 되풀이될 수 있으며, 그리스 경제처럼 미국 경제가 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