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교의 세상보기] 박근혜와 시진핑의 마이웨이, 무엇이 다른가?
2016-04-27 17:30
톈왕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반부패 드라이브에 맞춰 시작된 해외 도피 공무원 추적 사업 '여우 사냥'을 한 단계 발전시킨 버전이다. 텐왕은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됐지만 최근 '파나마 페이퍼스' 스캔들이 터진 뒤 더욱 강화됐다. 파나마 로펌 '모색 폰세카'의 전체 거래 중 3분의 1 가량이 홍콩과 중국 본토에 있는 사무소와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여우사냥과 톈왕 간 가장 큰 차이는 전자가 도피자 송환에 초점을 맞췄지만 후자는 도피 사범의 자금줄 차단에 힘을 쏟는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톈왕에는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중기위), 당 중앙조직부, 최고인민검찰원, 인민은행, 공안부, 외교부 등 다수 국가기관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중기위에 따르면 톈왕을 통해 지난해 잡아들인 해외도피 사범은 1023명. 작년은 본국 송환 사범이 신규 해외 도망자보다 많았던 첫 해였다. 시진핑 집권 뒤에도 부패를 저지르고 해외로 도망친 당 간부가 매년 1000명 정도 됐다는 얘기다. 작년 한 해 동안 환수한 금액은 30억 위안(약 5280억원)이었다. 이는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일 뿐.
중기위는 2014년 말 전국 지방 정부에 "지난 20년 동안 해외로 도피한 부패 사범을 하나도 빠뜨리지 말고 보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부패문제전문가인 좡더수이(莊德水) 베이징대 염정건설연구중심 부주임은 "도피 사범 수가 너무 쇼킹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한다.
시진핑 집권 뒤 식지 않고 추진되고 있는 부패와의 전쟁은 처음엔 박수를 받았지만 사회 각계에서 감지되는 피로감도 만만치 않다. 일반 백성들의 삶에는 큰 변화가 없는 데다, 엘리트 계층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공무원들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현상도 나타난다.
문제는 과도한 권력 집중이 불통(不通)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적 민주화가 진행되지 않으면 경제 개혁도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시진핑은 국면이 혼란스러울수록 더욱 적극적인 통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드러낸다.
시진핑으로선 취임 일성으로 중국 인민들에게 약속한 '중국의 꿈' 실현이라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없다. 즉 오는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GDP)과 1인당 소득을 2010년의 두 배로 늘린다는 것이다. 향후 5년 동안 경제성장률을 최저 6.5%로 잡은 것은 이를 위한 마지노선이다. 이를 달성하지 않고는 2020년까지 샤오캉(小康)사회(물질적으로 풍족한 사회)를 이루겠다는 목표도 공허한 꿈에 그치게 된다.
국유기업 구조조정, 세제 개편 등 경제 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다. 특히 철강 및 철, 석탄 산업 구조조정을 위해서만 해고 근로자 재교육 및 배치 등을 위해 예산 1000억 위안(약 17조6000억원)을 따로 확보해뒀다. 20여년 만에 확 뜯어 고친 새로운 세제도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된다. 개편 세제는 서비스 산업과 낙후된 제조업 등을 발전시키기 위한 세금 인하를 포함하고 있다.
이에 비해 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웠던 '국민행복시대'라는 '한국의 꿈'은 어디로 실종됐는지 알 길이 없다. 이를 위해 그 동안 무얼 했는지도 분명치 않다. 통제 사회인 중국에 비해 훨씬 원활한 소통이 가능한 구조가 갖춰져 있는데도 자발적인 불통을 선택한 이유 또한 이해하기 어렵다. 말하자면 박근혜의 마이웨이는 부작위(不作爲)의 불통, '한 게 없는 불통'인 것이다.
시진핑의 마이웨이는 개혁개방 이후 수십년에 걸친 적폐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겪는 진통으로 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작위(作爲)의 불통, '할 것은 하는 불통'인 셈이다. 중국 공산당은 수 많은 난관 앞에서 갈 길은 멀지만 그래도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인다. 박 대통령이 남은 임기도 네 탓만 하다 끝낼 것 같은 불안한 예감이 제발 틀렸으면 좋겠다.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를 본 뒤라 더욱 그렇다.
(아주경제 중문판 총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