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돌 맞은 소록도병원 '한센인박물관' 건립

2016-04-27 08:35

26일 전남 고흥군 국립소록도병원 복합문화센터에서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왼쪽 8번째)과 병원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준공을 축하하는 테이프 커팅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조현미 기자 hmcho@]


아주경제(전남 고흥) 조현미 기자 = 올해 설립 100년을 맞은 국립소록도병원이 '한센병 박물관'을 세웠다. 1916년 일제강점기 한센인의 강제 이주로 시작된 소록도의 서글픈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공간이다.

국내 유일의 한센병 전문병원인 국립소록도병원은 26일 복합문화센터 준공식을 열고 센터 내부를 공개했다.

전남 고흥군 도양읍 소록리 일대에 3933㎡ 규모로 지어진 복합문화센터는 지하 1층과 지상 2층으로 구성됐다.

센터의 1927㎡ 공간은 문화·체육시설로 쓰인다. 이 시설은 한센병으로 인해 장애를 겪고 있는 환자들에게 운동·오락·음악·작업치료 등을 제공한다. 또 매년 5월 열리는 '전국 한센가족의 날' 행사와 개원 기념일, 각종 위문공연 등의 장소로 활용될 예정이다.

나머지 공간은 한센병 박물관으로 꾸며졌다. 이 박물관은 국립소록도병원 1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한센병은 나병균에 감염돼 걸리는 질환으로 방치할 경우 손발이 잘려나가고 피부가 문드러져 과거 '나병'이나 '문둥병'으로 불렸다.

일제는 섬 모양이 작은 새끼 사슴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소록도(小鹿島)에 1916년 2월 24일 '자혜의원'을 설립하고 한센인 70여명을 강제로 이주시켜 학대와 감금, 강제노역 등을 일삼았다.

자혜병원은 이후 소록도 갱생원·중앙 나요양소·국립 나병원 등으로 불리다가 1982년 지금 이름으로 바뀌었다. 한때 6000명에 달했던 수용 환자는 540명으로 줄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한센병 완치율은 100%로, 세계보건기구(WHO)는 한국을 '한센병 완치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박물관은 지난 100년간의 한센병 환자와 가족의 피해 상황과 일상생활, 투병 등의 역사를 자세히 보여준다. 다음 달 17일부터 공식 운영에 들어간다.

이날 중앙운동장 잔디구장 조성 기공식도 열렸다. 중앙운동장은 한센인 관련 각종 행사와 소록도 거주 한센인들이 운동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건립된 지 76년이나 돼 시설이 심하게 낡고 훼손된 상태다. 운동장 공사는 5월부터 본격 시작돼 7월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소록도병원을 직접 찾아 "복합문화센터와 중앙운동장이 매년 개최되는 기념행사 등에 필요한 공간을 제공하는 한편 사회적 차별과 편견 속에 살아온 한센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인권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