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부친의 '해운왕' 꿈 결국 좌절...한진해운 자율협약 추진
2016-04-22 16:12
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위기의 한진해운의 ‘구원투수’로 나섰던 조양호 회장이 결국 경영권을 포기하고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정상화를 위해 회사를 채권단에 맡기는 자율협약을 추진하기로 했다.
오는 29일은 조양호 회장이 유동성 위기에 빠진 한진해운의 대표직을 다시 맡은 지 2주년이 되는 날이지만, 해운업 환경의 악화로 결국 그는 백기를 들고 말았다.
22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한진해운과 대한항공은 각각 이사회를 열어 재무구조 개선 및 경영정상화를 위해 자율협약에 의한 경영정상화 추진 작업을 이날 결정하고 채권단에 오는 25일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해운업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자 한진해운은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놓였다. 한진해운 부채는 5조6000억원이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한진해운의 채권 규모는 6000억원이다.
또 최근 한진해운이 속한 해운동맹 CKYHE에서 주요 선사인 에버그린과 COSCO가 빠져나가 새로운 동맹인 ‘오션’에 합류하기로 함으로써 향후 글로벌 영업에도 먹구름이 꼈다.
한진해운은 조 회장의 동생인 조수호 회장이 2006년 별세한 이후 부인인 최은영 회장이 독자 경영해왔다. 그러나 2013년 242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3년 연속 적자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조양호 회장은 부친이자 한진그룹의 창업주인 조중훈 전 회장의 ‘해운왕’이라는 못다 이룬 꿈을 이어가기 위해 쓰러져가는 한진해운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다.
당시 ‘대한항공까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안팎의 우려에도 조양호 회장은 한진해운에 대규모 자금 지원을 결정했다.
2014년 4월 29일 한진해운 대표이사직에 오르면서부터 조양호 회장은 ‘무보수 경영’을 펼치며 경영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 인수 직후부터 매주 1~2회 한진해운으로 출근하며 열의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 창립 37주년 기념식에서는 “올해를 한진해운 ‘제2의 도약’ 원년으로 삼자”며 “그룹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한진해운을 세계 5위권 선사로 올려놓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조양호 회장의 위기의 한진해운 살리기라는 '뚝심'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해운업의 업황에 결국 한진해운은 자율협약에 돌입하고 그는 경영권을 포기하게 됐다. 한진그룹은 다음주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등에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