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선박 통해 유입되는 감염병을 막아라…바다 위 파수꾼 '여수검역소'를 가다
2016-04-25 07:22
아주경제(전남 여수) 김온유 기자 = 지난 20일 전라남도 여수에 위치한 국립여수검역소.
이 검역소는 박기준 소장을 포함해 23명이 국내로 들어오는 선박을 검역해 해외 감염병 등의 유입을 막는 수문장 역할을 한다. 감염병 예방 홍보, 쥐·모기 등 매개체 서식분포 등 환경조사, 검역 구역 내 보건위생도 관리한다.
검역 순서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해상이동 후 검역대기 선박에 승선하고 검역조사-승무원 및 승객 발열 감시-선박 위생점검-가검물 채취 등의 업무를 본 후 복귀한다.
'백문이 불여일견', 검역소와 세관직원들과 함께 감시정을 타고 바다로 나갔다.
15분 정도 물살을 가르고 도착한 곳은 제1검역장소. 여수 돌산도 동쪽에 있는 바다로 2만 톤(t) 아래급 선박이 검역을 받는 장소다. 검역 중임을 알리는 노란 깃발을 올린 '아제트 선라이즈'호가 보였다.
처음 검역에 동행한 기자에게는 선박 승선부터 쉽지 않을 일이었다. 보트 수준의 감시정을 대형 선박 옆에 붙기는 것도 어려웠다. 선박 옆 가파른 계단을 오르기는 더욱 만만치 않았다. 깊은 바다를 발아래 두고 한 뼘도 되지 않는 폭의 철판 계단을 오르는 일은 난관이었다.
해당 선박에는 박영호 선장을 비롯해 23명의 선원이 타고 있었다. 화학물질을 실은 배로 미국·캐나다·중국 등을 거쳐 여수에 도착했다.
설명대로 검역소 직원들은 선장과 면담을 한 뒤 선원에 대해 일일이 체온을 측정하고 건강진단서를 나눠줬다. 절반 이상이 미얀마 선원들이어서 이 역시 만만한 업무가 아니었다.
미로 같은 선내를 다니며 화장실과 주방 내 물건을 꼼꼼히 닦아낸 면봉을 증균 용기에 담았다. 30~40분가량 검역을 따라다녔을 뿐인데도 온몸이 땀 범벅이 되고 말았다. 검사를 마치고 다시 철 계단을 지나 감시정에 오르자니 한 번 더 진땀이 났다.
검역소 내 검사실에서는 선박에서 채집한 위생 정보 검사를 담당한다. 질병관리본부를 제외하고는 전국 13개 검역소 중 유일하게 생물안전 3등급 시설(BL3)을 운영하는 곳이 여수검역소다.
2~3일 후 검사가 끝나면 결과가 선박에 통보된다. 여수검역소는 매일 밤낮으로 여수항·광양항·하동항 등에 들어오는 선박을 검역한다.
여수검역소에서 지난해 검역한 선박만 9290척에 달한다. 일반 서무팀까지 검역에 동원돼도 1인당 404척을 맡은 것이다. 여기에 검역을 받은 승객과 선원은 17만1691명에 달했다. 한 명당 7464명을 담당한 셈이다.
박기준 검역소장은 "인력 증원과 함께 더욱 신속한 업무 처리를 위해 검역소 차량이 법제화됐으면 좋겠다"며 "전 국민이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업무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하게 감염병으로부터 안전을 지키는 이들로 인해 여수 앞바다는 물론 우리나라가 안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