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야당 협치 강조하더니 ‘나 홀로 참배’

2016-04-19 15:16
제56주년 4.19기념일 맞아 4.19묘지 참배…총선 이후 첫 외부행사
여야 지도부 참석한 정부공식기념식에는 불참…2시간 사이 두고 조우 외면

[사진=청와대]



아주경제 주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19일 제56주년 4·19 기념일을 맞아 서울 강북구 수유동 국립 4·19 민주묘지를 참배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참배는 20대 총선 이후 첫 외부 행사다.

박 대통령은 이날 기념식이 열리기 2시간 전인 오전 8시 4.19 묘지를 찾아 4월 학생혁명 기념탑 앞에서 헌화 및 분향을 한 뒤 묵념을 하며 희생자의 넋을 기렸다. 이어 행사장에 있던 유가족들을 만나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했다.

박 대통령은 2013년과 2014년 기념일에도 4·19 묘지를 참배한 바 있으며, 지난해의 경우 중남미 순방 일정과 겹쳐 4·19 묘지를 찾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단 한 차례도 4.19 기념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10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 정부 공식기념식에는 관례에 따라 박 대통령 대신 황교안 국무총리가 참석했다.

그동안 4.19기념식에는 관례상 국무총리가 참석해왔다고는 하지만. 역대 대통령들이 기념식에 참석한 전례도 있다. 2000년 40주년 날에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참석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47주년인 2007년 기념식, 이명박 대통령은 50주년인 2010년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한 바 있다.

이날 정부 공식 기념식에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가 모두 참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박 대통령의 기념식 불참은 아쉬운 대목이다.

‘여소야대’ 정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선 국회와의 협력, 특히 야당과의 협치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야당 지도부와의 조우 기회를 박 대통령 스스로 외면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지난 해 11월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가장 영결식에도 끝내 불참해 ‘협량의 정치’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건강을 영결식 불참의 이유로 들었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대를 이은 악연도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시각도 있었다. 김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7분간 조문했지만 서명조차 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조문한다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

올해 초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은 유승민 의원의 부친상과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의 모친상에도 조화를 보내지 않았다. 이를 두고 '정치적 앙금'이 남아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박 대통령은 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세계적인 지도자들이 대거 몰린 남아공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는 참석하지 않으면서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싱가포르 리콴유 전 총리의 장례식에는 참석해 대조를 보였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1주기인 지난 해 4월 16일에는 유족들이 모여 있는 안산 대신 진도 팽목항을 방문해 대국민 담화문을 ‘홀로’ 발표한 뒤 곧바로 해외순방을 떠나 눈총을 받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2주기인 올해에는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나 청와대 공식 입장은 단 한줄도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