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협회 "하도급 대금 직불확대는 득보다 실이 많아"

2016-04-14 16:22
공정위·국회에 확대방안 철회 탄원서 제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7일 발표한 '하도급 대금 직불 확대방안'에 대해 종합건설업자와 건설근로자, 기계·장비업자 등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수도권 한 공사현장 전경.


아주경제 강영관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7일 발표한 건설업체 하도급 대금 직불 확대방안에 대해 종합건설업체들이 위헌 소지가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발주처가 원청사업자(도급 건설업체)를 거치지 않고 하청기업에 직접 대금을 지급하면 하도급업체 관리 등 공사 진행 과정에 문제가 생길 뿐만 아니라 하도급업체가 대금만 지급받고 고의로 부도를 낼 경우 근로자에 대한 인건비 체불 등 오히려 부작용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한건설협회는 14일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정위가 내놓은 방안에는 하도급업체와 근로자·장비업자 간에 비일비재하게 이뤄지는 체불과 관련된 대책이 빠져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협회에서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4년 8월까지 건설기계대여대금 체납금액 261억원 가운데 87%가 하도급자의 체불로 발생했다. 또 2010년 1463억원이었던 건설현장 근로자 임금 체불액도 2014년 3030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협회 관계자는 "원·하도급자 간 상생도 중요하지만, 하도급자와 2차 협력자와의 상생이 더 중요하다"면서 "자재와 장비대금 및 일용근로자 노임에 대한 체불은 1차 거래보다는 2차 협력업체들과의 거래에서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특히 하도급자에 대한 보호는 외국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규제하는 반면, 2차 협력자에 대한 보호장치가 취약해 하도급자의 불공정행위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협회 관계자는 "장비대금 직불과 근로자임금 직불을 위한 근거 규정이 건설산업기본법과 근로기준법에 각각 마련돼 있다"면서 "이를 제외하고 손쉽게 하도급자에 대한 직불만 강제하는 것은 지극히 무책임한 행정"이라고 강조했다.

협회는 아울러 원도급업체에서 하도급업체로 대금 직불이 이뤄지더라도 실질적인 체불방지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직불 확대는 체불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하도급자와 근로자·장비업자 사이의 해결방안이 아닐뿐더러, 문제가 없는 원도급자와 하도급자 사이에 작용하는 불필요한 규제라는 게 협회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관급공사에 하도급 대금 지급 확대방안이 적용될 경우 공사 현장관리 비효율과 행정부담으로 시장의 혼란과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협회 관계자는 "지금도 하도급 업체 부도 시 공사 지연을 막기 위해 원도급업체가 대신 체불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확대방안이 실시되면 건설사에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신용도가 높아 지급보증이 면제된 업체까지 하도급 직불제를 강제하는 것은 위헌적 요소까지 있다"며 "근로자·장비업자에 대한 하도급자의 임급 체불을 막는 입금지급보증제를 도입하거나 현행 제도를 제대로 시행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한편 건설협회는 이날 오전 공정위에 이어 오후에는 국회 정무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를 잇따라 방문해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