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 꽃미남' 송중기 선배 "이제 중기오빠라 부를래요"…명륜동 대학시절
2016-04-19 06:00
아주경제 정진영 기자 =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그 오빠'가 전 세계 여성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KBS2 '태양의 후예'의 유시진 대위가 될 줄은. 조금만 일찍 알아차렸어도 아무 고민없이 방송부로 향했을 것이다.
방송부에 가지 않은 걸 후회한 순간은 얼마 후 찾아왔다. 교내에서도 '꽃미남'으로 유명했던 송중기가 케이블 채널 Mnet의 '꽃미남 아롱사태'에 출연하면서부터다.
당시 송중기는 고장난 엘리베이터에서 한 이상한 여자와 갇히는 설정의 몰카 타깃이 됐는데 송중기의 평소 모습을 아는 사람들이 대부분 '짜고 한 몰래카메라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얼마 후 포털 사이트에서 그의 이름이 검색되기 시작했다. 아직도 그 시점이 생각나는 이유는 당시 직업란에 '꽃미남'이라고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에 꽃미남이라는 직업도 있네'라며 피식 웃었다.
그렇지만 그때까지도 송중기는 그냥 가끔 TV에 나오고 잡지에 실리는 '대학 선배'였다. 분명 그맘때쯤부터 연기자로서의 활동 계획이 어느 정도 나왔을 텐데도 그는 자주 명륜동 캠퍼스에 나왔고 방송부 행사에도 참여했다. 송중기는 늘 '저렇게 편하게 다녀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수수한 후드티 차림으로 등교했고, 방송부 친구들은 하나같이 송중기를 '멋있고 착한 오빠'라고 평가했다.
한 번은 영상제작실습이라는 수업을 들었는데 그때 강사가 영화감독 오기환이었다. 영화 '오감도'에서 호흡을 맞춘 인연으로 송중기도 그 수업에 들어왔다. 수업이 끝난 뒤 송중기는 오 감독을 찾아가 깍듯하게 인사했다. 그맘때쯤 왜 사람들이 '꽃미남 아롱사태'의 냉정한 모습을 믿지 못 했는지 납득했다.
아마 '트리플' 전후였을텐데, 그 드라마를 기점으로 송중기와 진짜 친한 사람과 그냥 알고만 있었던 사람이 나뉘었다. 전화번호 때문이었다. 송중기가 바뀐 전화번호를 알려준 사람은 웃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다소 시무룩해했다. 신기한 건 송중기로부터 바뀐 전화번호를 안내받은 사람들이 이 번호를 유출하는 걸 보지도 듣지도 못 했다는 점이다. 같은 동아리 선배 한 명도 그 번호를 받았는데, 누가 알려 달라고 하자 "안돼. 지켜줘야지"라고 답했다. 믿을만한 사람 곁엔 믿을만한 사람이 모인다는 걸 새삼 느꼈다.
너무 수수했고 멋대로 친근하게 느꼈기에 미처 예상하지 못 했지만 어쩌면 외면과 내면을 두루 갖춘 송중기의 성공은 예견된 일이었을지 모른다. '될성부른 나무'의 떡잎을 알아 보지 못 한 것을 자책한다. '그 행사, 잘생긴 아나운서 오빠가 사회 본다는데 같이 갈래?'라는 친구의 제안을 쿨하게 거절했던 일도 후회한다. 9년 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대학 후배' 자격으로 당당히 그 꽃미남 선배를 '중기 오빠'라 불러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