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저성장 위기…3년 연속 2%대 성장률 우려
2016-04-12 22:29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국제통화기금(IMF)이 12일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2%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성장률 둔화가 당장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데다 인구 고령화 등이 잠재 성장률을 갉아먹을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IMF는 분석했다.
IMF의 전망대로라면 한국 경제는 3년 연속 2%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을 벗어나기는 앞으로도 어렵다고 보고 있다. 대신 어떻게 경제 체질을 바꿔 저성장을 맞이하느냐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IMF가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7%, 내년은 2.9%다.
이대로라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2014년 3.3%를 기록하고서 3년 내리 2%대에 머물게 된다. 한국은 지난해에도 2.6% 성장에 그쳤다.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한국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성장률 0.7%를 기록한 이후 기저효과 때문에 2010년 경제 성장률 6.5%를 달성했다. 2011년에는 3.7%를 기록했지만 이후 2012년 2.3%, 2013년 2.9% 성장하는 데 그쳤다.
최근 4년 사이 3년이 2%대 성장에 머무른 셈이다.
경제 성장률이 2%대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은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외 환경이 좋지 않은 데다 가계부채, 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저유가와 중국 경제 둔화 등으로 세계 무역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는 극심한 수출 부진을 겪고 있다.
경제의 성장 동력으로 꼽히던 수출은 지난달까지 15개월 연속으로 줄었다. 월간 수출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이렇게 오랫동안 수출이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간 적은 없었다.
가계 부채,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 등도 경제에 부담 요소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가계는 소비를, 기업은 투자를 줄이고 있다. 이는 다시 기업의 소득 감소와 고용 감소, 가계 소득 감소로 이어져 재차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를 짓누르는 악순환의 고리로 연결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인 합계 출산율은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를 불러와 한국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릴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에도 성장률이 2%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은 늘어가고 있다.
2월 산업생산이 0.8% 증가하며 반등하긴 했지만 1월까지만 해도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1.2% 감소하며 부진했다.
2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1.8% 줄며 1월(-1.3%)보다 감소폭이 확대됐고 설비투자는 무려 6.8%나 감소했다.
산적한 불안 요인 때문에 IMF에 앞서 다른 경제연구기관이나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이미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2%대로 보고 있었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내놨고 한국경제연구원은 2.6%, 현대경제연구원은 2.8%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2.4%로, JP모건은 2.6%로 제시했고 모건스탠리는 최악의 경우 올해 1%를 기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3%대를 밑돌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올해 전망치는 3.1%다.
문제는 2%대 저성장이 올해뿐 아니라 내년, 그 이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IMF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은 세계 경제 성장률이 개선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올해는 그나마 미국이 버텨주고 있지만 미국 성장률이 둔화한다면 세계 경제는 물론 한국 경제의 성장률도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올해 미국 경제의 성장률을 2.2%로 전망했지만 내년에는 그보다 낮은 2.1%로 보고 있다.
중국이 예년과 같은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성장률마저 둔화하면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은 더 낮아질 수 있다. IMF는 내년 성장률을 올해(3.2%)보다 0.3%포인트 높은 3.5%로 전망하고 있다.
생산가능인구 문제가 겹쳐지면 전망은 더욱 암울해진다.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국의 인구 추세가 지금 이대로 유지되면 2026∼2030년에는 잠재성장률이 1.8%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각 기관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지는 가운데 정부는 경제 활성화와 대외 리스크 관리에 더욱 신경 쓰겠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경제 성장률을 하향 조정할 요인이 생겼지만 정부는 성장률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내수 위주로 경제 활력을 유지하고 장기적으로는 구조개혁과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 체력을 튼튼히 하고 대외 리스크에 유의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당장 세계 경제가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고 구조적 문제 해결도 쉽지 않은 만큼 한국 경제가 2%대 성장을 벗어나기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저성장에 빠지더라도 '어떻게'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같은 저성장이라도 1990년대 '버블 붕괴' 후 장기 침체에 빠진 일본이 있는가 하면 유럽처럼 장기간에 걸쳐 천천히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위원은 "저성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해 미래를 위한 경쟁력을 키우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당장 경제 성장률엔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선진국형으로 경제 체질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구조개혁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