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특집]차이나머니, 한국기업 M&A '쥐락펴락'...자본잠식 우려 커졌다
2016-04-11 15:20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중국 자본, 이른바 차이나머니의 한국시장 공습이 강화되고 있다.
제조업 뿐 아니라 문화콘텐츠까지 집어삼키면서 중국기업에 의한 기술 유출과 자본잠식 우려가 전산업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11일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 자본의 한국 기업 지분 투자나 인수·합병(M&A) 규모는 19억 달러(2조19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대비 119% 증가한 수준으로 사상최고치를 찍었다.
지난 10년간 발생한 중국의 한국 기업 M&A 64건 중 70%는 최근 2년 사이에 이뤄졌다.
인수 타깃 업종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차량용 블랙박스를 제조하는 미동전자통신과 무선통신장비 업체 로코조이를 비롯해 카카오, 아가방컴퍼니, CJ넷마블, 키이스트 등등 이미 중국 자본이 최대주주로 앉아있다.
지난 2005년 중국 상하이기차는 쌍용차를 인수했지만 4년 만에 손을 털고 철수하면서 기술 탈취 의혹이 불거졌다. 액정화면(LCD) 업체 하이디스 역시 2002년 중국 비오이에 매각됐지만 4년 만에 부도 처리돼 핵심 기술과 일자리만 잃었다는 논란이 계속돼 왔다.
중국 기업의 리스크 역시 부담이다. 향후 중국 기업의 부채 문제가 실물 경제로 가시화되면 국내 산업 기반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미 국제 사회에서 중국 M&A 기업의 높은 부채 비율 탓에 중국 M&A 거래 안정성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에 대한 높은 경제의존도 및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차이나머니의 국내 점유율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M&A의 긍정적 효과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은미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중국과의 M&A는 현지 시장 진출 전략 중 하나로 인식하고 우리 기업의 경영 기반은 유지할 수 있는 실리 중심의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한국 본사 기업이 지분을 직접 매각하기보다 중국 내 조인트벤처(합작법무법인)를 설립하거나 현지 기업이 대주주가 되더라도 경영권은 한국이 확보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사례는 국내 패션기업 아비스타에서 찾을 수 있다. 중국 디샹그룹이 지난 2012년 아비스타 인수 당시, 디샹그룹이 대주주임에도 불구하고 경영권은 아비스타가 갖고 공동으로 중국 시장을 개척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