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역망 구멍'에 병원균 검출 외국선박 국내 활개

2016-04-01 18:45

[아주경제 DB]


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 병원균이 검출된 외국선박이 국내 머물면서 소독 등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여러 항구를 옮겨 다닌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해외 유입 감염병을 차단하는 최일선 국가검역망에 허점이 드러난 것이다.

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와 국립검역소에 대한 감사결과, 2014년도에 감염성 병원균 검출선박에 대한 사후관리가 미흡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2014년 국립검역소들이 선박가검물 검사결과를 어떻게 조치했는지 실태를 점검했다.

그 결과 군산검역소는 중국에서 출발해 2014년 8월 18일 대산항에 입항한 A선박에서 채취한 변기 오수 등의 가검물에서 비브리오패혈증균과 장염비브리오균을 같은 달 22일 검출했다.

군산검역소는 검출 당일 검역전산망(질병보건통합관리시스템)에 입력했지만, 검출 결과는 8월 26일에야 선박대리점인 B해운㈜에 통보했다.

그사이 해당 선박은 병원균 검출결과를 통보받지도 못하고 비브리오패혈증균과 장염비브리오균을 실은 상태로 국내 여수항(8월 19일)→평택항(8월 24일)→울산항(8월 26일)을 경유해 승무원을 각각 변경하고, 8월 28일 다시 대산항으로 돌아왔다가 8월 31일 일본으로 떠났다.

비브리오패혈증균과 장염비브리오균은 살모넬라균과 함께 '제1군 감염병 병원균 외 병원균'으로 지정돼 있다.

감사 결과 이처럼 병원균을 실은 채 국내 체류하면서 다른 검역장소로 이동한 '병원균 검출선박'은 2014년 한 해 동안 총 66척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내 입항했다가 이미 외국으로 출항해버려 사실상 감염병 방지 등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립검역소가 병원균 검출결과를 뒤늦게 선박대리점에 통보한 '출항 이후 통보사례'도 총 206건에 달했다.

질본은 1일 이에 대한 대응책을 내놨다. 선박에서 병원균이 검출되면 선박대리점에 즉시 통보하고, 검역전산망에 입력해 해당 선박이 다음 기항지 검역소에서 소독 등 검역조치를 제대로 했는지 확인하도록 했다.

또 검역전산망의 첫화면에 최근 1개월간의 병원균 검출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하고, 병원균이 나온 선박에 대해서는 입항과 검출 상세 내역을 확인할 수 있게 기능을 개선했다.

질본은 "국립검역소의 병원균 검출 선박 실태조사를 벌여 병원균 검출 선박에 관한 사후관리 체계를 지속해서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