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BMW·벤츠에 맞서는 재규어의 신무기 ‘XF’
2016-04-01 14:22
아주경제 (여수)임의택 기자 =국내 수입차시장의 스테디셀러는 BMW 5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수입차를 구매하는 이들의 상당수가 이 차들을 찾는다.
이 치열한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재규어는 2008년에 XF를 처음 선보였다. 전작인 S타입의 재규어 엠블럼과 네 개의 원형 헤드램프가 동시에 사라진 XF는 재규어 마니아들을 당혹시켰으나, 어느덧 재규어의 패밀리룩으로 자리 잡으면서 반감도 줄어들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대로 5시리즈와 E클래스의 인기가 워낙 높은 탓에 XF의 설 자리가 크지 않았다. 경쟁모델들이 만만치 않다보니 재규어의 판매량은 크지 않았고, 판매량이 크지 않으니 생산량을 쉽사리 키우지 못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실내 역시 XE의 분위기를 이어받았다. 구형 XF와의 차이점 중 하나는 센터페시아에 있는 중앙 송풍구가 고정식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구형 XF는 시동을 켜면 중앙과 좌우에 있는 송풍구가 회전하면서 열리는데, 간혹 중앙 송풍구 2개가 동시에 열리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신형 XF는 좌우 송풍구는 회전식으로 유지하면서 중앙 송풍구를 고정식으로 바꿔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번 시승회에 나온 차는 20d 포트폴리오와 25t 프레스티지, 두 모델이다. 먼저 시승한 25t는 최고출력 240마력의 직렬 4기통 2.0ℓ 가솔린 엔진을 얹은 차다. XE에 처음 얹혔던 이 엔진은 뛰어난 가속감각이 인상적이었는데, XF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시승구간 중에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포함된 ‘지안재’가 있었는데 이곳은 심한 고저차와 굽이치는 와인딩 로드로 구성된 곳이다. XF는 직선구간에서는 흠잡을 데 없는 안락한 승차감과 안정감을 보여줬지만, 곡선구간에서는 다소 아쉬웠다. 차급에 맞지 않는 225/55R17 사이즈의 타이어 때문이다. 다이내믹 드라이브 모드는 엔진과 변속기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서스펜션까지 단단해지지는 않는다.
20d에서 더 놀라웠던 점은 정숙성이다. 구형 XF보다 훨씬 조용할뿐더러, 같은 엔진을 단 XE 디젤보다도 조용하다. 재규어 코리아 김정용 과장에게 물어보니 방음을 더 철저히 한 덕분이라고 한다.
XF는 이들 엔진 외에도 V6 3.0ℓ 300마력 디젤 엔진과 V6 3.0ℓ 340마력 또는 380마력 가솔린 슈퍼차저 엔진 등 3가지 엔진이 더 있다. 특히 V6 3.0ℓ 슈퍼차저 엔진은 F타입에도 적용돼 특유의 강력한 배기음을 보여준 엔진이어서 기대가 된다.
XF는 알루미늄 소재를 많이 사용해 구형보다 190㎏이나 경량화했다. 그래도 아직 BMW 520d에 비하면 XE 20d가 200㎏이나 무겁다. 이 때문에 520d의 복합 연비가 16.1㎞/ℓ인데 비해 XE 20d는 14.2㎞/ℓ에 머문다. 가솔린의 경우도 528i의 복합 연비가 11.7㎞/ℓ, XE 25t가 10.1㎞/ℓ로 재규어가 열세다.
XF는 구형보다 넓어진 실내와 가상 디스플레이, 스마트폰처럼 줌인&아웃이 되는 인컨트롤 터치 프로 등 첨단 장비가 돋보였다. 가격은 20d 프레스티지 6380만원, 20d 포트폴리오 7180만원이고, 25t는 6490만∼7290만원이다.
재규어 코리아 홍보담당 주현영 과장은 “예전에는 재규어 모델의 가격이 동급 BMW나 벤츠보다 약간씩 비싸지만 XF는 거의 비슷하게 책정했다”고 한다. 재규어가 XF의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고 5시리즈·E클래스 고객을 빼앗는다는 계획이어서 이 시장의 경쟁이 더욱 볼만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