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코리아-명사들의 제언]유인택 동양예술극장 대표...“중국영화 통해 중국 이해도를 높일 것”

2016-03-23 07:00
4월 1일 중국영화 상설 상영관 개관

 

유인택 동양예술극장 대표가 21일 극장 1층에 전시중인 왕가위 특별전 앞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 대표는 중국영화 상설 상영관을 통해 젊은 세대들이 중국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나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서울 대학로에 중국 영화만을 상영하는 극장이 문을 연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있는 동양예술극장은 오는 4월 1일 중국영화 상설 상영관 개관식을 갖고 본격적으로 중국영화를 소개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는 유인택 동양예술극장 대표. 대학 졸업 후 극단 연우무대를 시작으로 문화운동가로 활동하던 유대표는 이후 영화계에 투신, <우묵배미의 사랑>(1990), <미스터 맘마>(1992) 등 다수의 흥행작을 기획․제작했다. 이른바 ‘코리안 뉴웨이브’를 이끈 1세대 영화프로듀서이자 <구름빵>(2009), <광화문 연가>(2011) 등 창작 뮤지컬 제작에까지 성공적으로 영역을 확장한 그가 중국영화 상설 상영을 시작한 이유를 직접 만나 들어봤다.

중국영화 상설 상영관을 개관하는데, 배경이나 의미는?

경제적으로 중국은 G2의 위치에 올랐다. 대부분의 제조업 분야에서 우리를 바짝 추격하거나 앞서고 있고, 이는 문화예술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3년 사이에 게임업계의 80% 이상이 중국 자본에 넘어갔고, 방송 콘텐츠 시장은 물론 영화 시장도 속속 중국 자본에 의해 잠식되고 있다.

중국의 시장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2015년에 개봉한 영화 <몬스터 헌트> 한 편에만 6천 500만 명의 관람객이 들었다. 올해 개봉한 <미인어>는 개봉 3주 만에 30억 위안, 우리 돈으로 6천억 원에 이르는 극장 매출을 올렸다. 현재 중국의 스크린 수가 3만 여개인데 앞으로 최대 10만개까지 확대된다고 하니, 중국의 영화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중국은 우리의 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고 젊은 세대에게는 한중 관계가 불가분의 관계가 될 것이다. 젊은 세대들은 중국과 같이 가야 하는 세대다. 우리 세대만 해도 미국과 일본에 편중된 측면이 있다. 앞으로는 미국이나 일본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중국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균형’을 잡아나가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젊은 세대가 중국을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 세대는 어려서부터 한자를 배우고, 삼국지를 읽으며 자랐지만 젊은 세대는 그렇지 않다. 중국어를 배우는 젊은이들이 크게 늘고 있지만, 중국어를 배운다고 중국을 아는 것은 아니다. 중국을 알기 위해서는 그들의 역사와 지리, 문화를 아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역사와 문화를 배우는 데 매우 효과적인 매체인 영화를 통해 우리 젊은 세대들이 중국을 알고 중국과 가까워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게 됐다. 그러나 한해 800여 편에 이르는 영화들이 중국에서 제작되지만 이들 영화들 중 국내에 소개되는 작품은 극소수에 불과해 안타까워하고 있던 차에, 뜻을 같이하는 종로구와 중국문화원의 협조로 상영관 개관이 성사된 것이다. 중국문화원에서 영화를 무료로 제공하고 우리 극장 역시 무료로 상영한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영화 상설 상영관이 대학로에 위치한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대학로는 공연문화의 메카라고 불린다. 젊은 세대들이 많이 몰리는 곳이다. 젊은 세대들이 접근하기 좋은 곳에, 중국영화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곳 상영관을 운영하게 됐다. 이런 표현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중국영화라는 것이 젊은 세대에게 있어 햄버거나 콜라처럼 톡 쏘는 맛을 주지는 못하더라도 건강에 좋은 친환경 유기농 음식처럼 받아들여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상영관을 어떻게 운영을 해 나갈 것인지 궁금하다.

한 달에 3편 정도의 중국 영화를 소개할 예정이다. 선례가 없던 일이라, 서두르지 않으려 한다. 개관 후에 그 성과를 지켜보고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나면 전용관을 확대할 생각이다. 최근 상설 상영관에 대한 기사가 나간 이후, 인천이나 부산 등 지역문예회관에서 연락을 해왔다. 지역민들에게도 중국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는 것이다. 먼저 상설 상영관에서의 반응을 지켜본 뒤 다른 지역으로의 확산 여부도 결정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중국 영화를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중국문화를 이해하는 기회가 늘어날 것이다.

신철, 안동규 프로듀서와 함께 한국영화 르네상스를 연 1세대 프로듀서로 꼽히는데, 정작 문화계 입문은 공연무대로 시작했다. 영화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한참 머뭇거리다) 매력이 있다...영화는. 하나의 창조행위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 그 창조물이 대중에게서 사랑받을 때는 희열과 보람을 느끼게 된다.

1980년대 말엽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오! 꿈의 나라>(1989)라는 영화가 제작됐는데 사전 검열을 받지 않아 상영할 곳이 없었다. 당시 서울 신촌에서 예술극장 한마당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영화를 상영했다. 당국의 사전 검열도 받지 않은 채. 그로 인해 공연법 위반으로 약식기소가 됐다. 그에 불복해 영화에 대한 사전 검열이 위헌이라는 심판을 청구했고. 7년을 끈 재판 끝에 결국 1996년에 이겼다. 그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영화에 대한 사전 검열이 폐지됐다. 그때 소극장은 그 영화를 보기 위한 관객으로 넘쳐났다. 당시 연극을 하던 내 머릿속에는 불현듯 ‘영화라는 매체가 이렇게 무섭구나.’라는 불꽃이 일었다. 그래서 영화를 시작하게 됐다.

영화 <화려한 휴가>(2007)를 끝으로 뮤지컬 무대로 영역을 확장해서 서울시 뮤지컬단장을 역임했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영화 황제’로 불린 한국인 배우 김염(1910~1983)에 대한 뮤지컬 <상하이의 불꽃> 제작에도 참여하는 등 중국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 공연을 통해 중국 시장을 노크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공연을 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장비 등이 직접 가야하는 등 리스크가 예상보다 컸다.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중국시장을 직접 두드리기 보다는 한해 800만 명이나 찾는 유커(중국관광객)를 잡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현재 유커들은 대사가 거의 없는 넌버벌(non-verbal) 공연을 많이 찾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관광차원에 머무는 것이다. 그 나라의 문화와 예술을 제대로 접하기 위해서는 스토리가 있는 공연을 접해야 한다. 미국을 가게 되면 브로드웨이에서 유명 뮤지컬을 보는 것과 같이. 우리나라를 찾는 유커들도 꼭 봐야하는 공연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유커들이 와서 보고 공감을 할 경우, 그 공연을 다시 중국에서 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또, 한중 문화 교류 차원에서, 중국의 공연물, 즉 연극이나 뮤지컬, 경극 등을 영상물로 들여와 해설을 곁들이는 공연예술콘서트도 기획하고 있다.

공연계가 전반적으로 침체기를 맞고 있다

공연계뿐만 아니라 문화계 전반이 걱정스럽다. 그동안 정부가 숱한 문화정책을 쏟아냈지만 결과는 여전히 참담한 실정이다. 지방의 경우 공연 관련 학과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최근 부산에서는 무용과를 폐지한 지방대학의 학생들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공연계의 고질적인 문제가 두 가지 있다. 첫째는 대중성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예술가들의 자기 방어적 태도에서 기인한다. 세상이 변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변화를 거부하면서 대학 안에 갇혀 있다. 둘째는 정부 등의 공공지원금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다. 관객들의 호주머니를 유혹하는 공연을 만들려하지 않고 지원금에 기댄 공연을 하고 있다.

영화계도 꼭 20년 전에는 지금의 공연계와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영화계는 세상의 변화에 맞춰 진화를 했고, 이제는 경쟁력이 있는 작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영화는 100%가 채워지지 않으면 상영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공연계는 사정이 다르더라. 공연이 영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슨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이유다. 악순환을 겪는 것도 그 때문이다. 20년 전의 영화 제작환경도 지금의 공연계와 비슷했지만, 다지고 다진 결과 오늘의 한국 영화산업은 괄목할 정도의 발전을 이뤘다. 공연계가 아직도 20년 전 영화판의 구조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할 때다.

공연계가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소비자적 관점, 즉 관객의 입장에서 접근해 대중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공공 지원금의 투명성 확보 역시 시급한 과제다. 그래야 새로운 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이러한 의식의 전환을 바탕으로, 작품성 있는 공연들을 무대에 올리게 되면 자연히 관객은 공연장을 찾게 돼 있다. 공연계가 활력을 되찾는 선순환 시스템은 이렇게 완성될 수 있다.


유 대표는 어떤 작품이든 “죽이더라”라는 평가를 들어야지 “나쁘지 않던데”라는 평가를 받아서는 관객이 몰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 시리즈는 보는 사람마다 “죽이더라”는 말을 한다고 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그가 쏟아내는 우리 공연계에 대한 비판에는 날이 서 있었다. 비판의 칼날은 최종적으로,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대충 대충식의 의식’을 겨누고 있었다.

[대담 및 정리=박원식 부국장 겸 정치부장]

유인택 대표는?

△ 1955년 충청북도 제천 △ 경복고 △ 서울대학교 △ 민중문화운동협의회 사무국장 △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사업국장 △ 기획시대 대표 △ 유니코리아 문예투자 이사 △ 한국문화산업포럼 공동대표 △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장  △ 서울시뮤지컬단장  △ 군장대학 석좌교수 △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조직위원 △ 전주국제영화제 자문위원 △ 서울영상진흥위원회 위원 △ 동양예술극장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