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은 '상품'보다 '영업'?…계리사 확보 전쟁 치열
2016-03-22 08:06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보험업계가 능력 있는 보험 계리사 모으기 경쟁에 나섰다. 보험 계리사란 보험 상품을 개발하고, 사고 발생률 및 위험률을 계산해 매월 납부할 보험료를 책정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이들이 분석, 추산하는 보험상품과 보험료가 회사의 생사를 결정하다보니 각 사에선 7년 이상 숙련된 계리 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보험의 꽃'이 영업에서 상품개발 쪽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도 강화되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보험사들이 올 초부터 계리사 확보에 공들이고 있다.
신한생명은 최근 조직개편을 하면서 기존 계리팀을 계리부로 확대하고,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의 신규 계리사를 채용할 예정이다. 상품개발 역량이 강화되면서 이병찬 사장을 비롯해 계리사 출신 임원도 3명으로 늘었다.
한화생명도 상품 개발 자율화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3년간 계리사 수를 4배 이상 늘렸다. 흥국생명도 계리사를 포함해 상품개발부 인력을 올해 두배 이상 늘렸고, 미래에셋생명과 롯데손해보험도 올 초 계리인력을 각각 20명 안팎으로 신규 채용했다.
그동안 업계에선 보험계리사 여럿이 말발 있는 설계사 한 명 못당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영업력이 보험사 생존의 중요한 관건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선 상품의 강점과 개별적 특성보다 인맥, 혈맥 관계로 보험 계약이 유지되다보니 상품 경쟁력 보다 영업이 큰 조직이 성공했던 게 사실"이라며 "계리사 하나 채용할 돈으로 설계사 두 세명을 쓸 수 있기 때문에 계리사는 최소 인력으로 유지하는 분위기가 강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가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치를 시행하면서 달라지고 있다.
보험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오는 4월부터는 보험 상품의 배타적 사용기간이 기존 3~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되고, 보험 상품 사전 신고제 폐지, 가격 자율화 조치 등이 시행된다. 상품개발, 경영개발, 재무관리 등 리스크 관리 영역에서 활동하는 보험 계리사의 위상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상품 개발 전쟁이 본격화되면 숙련된 계리사 확보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워 질 것”이라며 "2020년부터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이 적용되면서 증권사, 회계법인, 보험관련 컨설팅 회사에서도 계리 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