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 세계화 가능성 확인…'2016 파리도서전' 폐막

2016-03-21 09:17
한국 '주빈국'으로 참여했던 파리도서전, 20일(현지시간) 나흘간의 일정 마쳐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가한 '2016 파리도서전'이 나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20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한국 특별전시관에는 외국인들의 발길이 전시 기간 내내 이어졌다. [사진=대한출판문화협회 제공]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독자와 저자, 출판사, 도서관 등 전 세계 출판 관계자들이 모이는 문화축전의 장 '2016 파리도서전'이 나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지난 20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이번 도서전에 한국은 주빈국으로 참가해 506㎡ 규모의 전시 부스를 세웠다. 대한출판문화협회(회장 고영수)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종덕)의 지원을 받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한국문학번역원, 한국콘텐츠진흥원 등과 함께 한국 특별전시관을 운영했다. 

프랑스 파리 베르사유 전시장에 설치된 한국 특별전시관은 '새로운 지평'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한국출판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여주며 외국인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전시관을 찾은 외국인들은 한국 작가·출판 관계자들을 만나며 한국 문학의 존재와 발전에 새삼 놀랐다는 후문이다. 출판문화협회는 "예전과 달라진 한국문학의 위상을 세계 출판인들에게 인식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이번 주빈국으로서의 활동을 평가했다. 

주빈국 행사를 둘러본 니콜라 조르주 프랑스 문화부 도서독서국장은 "유럽 각국 언어로 번역된 한국책들이 많이 소개되면서 한국이 프랑스는 물론이고 전 유럽사회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고 관람평을 남겼다. 베라 미샬스키 호프만 프랑스국제출판사무국 회장은 "(주빈국 행사가)성공적"이라고 운을 뗀 뒤 "한국 출판인 대표단이 세미나 준비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프랑스어로 번역된 한국 도서들이 프랑스 대중들을 통해 사랑받고 있다"고 말했다.

주빈국관은 비즈니스관, 만화·웹툰관, 전자출판관, 그라폴리오관, 아동도서관, 작가관, 서점운영 공간 등 총 7개 섹션으로 구성했다. 프랑스의 대표서점인 지베르 조제프는 한국의 전시 도서를 현장에서 판매하기도 했다. 출판문화협회는 '서점 공간' 부스에 프랑스어로 번역된 한국도서와 한국어 발행도서 1만여 권을 진열했다.

고영수 회장은 "한국의 우수 스토리텔링 생산자인 작가와 이로 인해 재생산된 출판 콘텐츠의 확장을 확인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16일(현지시간)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2016 파리도서전’ 한국관에서 방명록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대한출판문화협회 제공]


한편 소설가 황석영(73)·이승우(57)·문정희(69)·오정희(69)·마종기(77) 등 30명은 작가 대담과 사인회, 낭송회 등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특히 최근 맨부커상 후보에 오른 소설가 한강(46)은 도서전 관계자들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불리며, 한 씨는 2004년 한국에서 발표한 소설 '채식주의자'(The Vegetarian)로 후보에 올랐다. 한 씨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 안에 있는데, 이는 국경을 넘어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문제"라며 "'채식주의자'를 통해 인간의 폭력성과 인간이 과연 완전히 결백한 존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봤다"고 말했다. 

일부 작품이 현지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한국 문학에 대한 대접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세계 문학에서 한국이 가야할 길은 멀다. 문학 관계자들은 "이번 도서전에서 문학 낭독회 등의 이벤트는 성황을 보였지만, 단발성 보여주기 식의 행사로는 한계가 있다"며 "내실을 다지는 노력이 필요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한국 작가·작품에 대한 관심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해외에 번역·출간되는 것이 필수적이다. 황석영 씨는 "'노벨상 언제 받냐'는 이야기는 제발 그만 해야 한다"며 "이제 겨우 '세계문학'이라는 문턱을 디디고 한국문학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번역자들도 키우고 우리도 좋은 작품 쓰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