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의 차 한 잔] 이제 티베트 달라이라마의 방한은 충분히 가능하다!

2016-03-17 17:23
칼럼니스트(문학박사)

다람살라에 있는 난민어린이학교 'TCV'.[사진=하도겸 박사 제공]


지난 2일 티베트 망명정부의 정신적인 지도자 달라이라마가 살고 있는 인도 다람살라에서는 티베트 불교 여승들이 16세 소년 도르제 체링(多吉次仁)을 애도하며 티베트 독립을 주장했다. 체링은 2월 29일 인도 데라 둔에 있는 양로원 부근에서 분신자살(불교에서는 소신공양이라고 함)을 시도했고, 신체 95% 이상 부위에 화상을 입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티베트를 위해 무언가 하고 싶었다. 티베트는 어서 빨리 자유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티베트인이 중국 밖에서 분신 사망한 것은 체링이 8번째다. 중국 내에서는 2009년 이후 지금까지 티베트인 144명이 분신을 시도했고 이 중 적어도 124명이 목숨을 잃었다. 달라이라마는 2011년 400년 동안 이어져 온 정교일치의 전통에서 벗어나 정치적 은퇴를 선언하고 망명정부의 행정을 롭상상가이 총리에게 넘긴 바 있다.

지난 8일 티베트자치구 대표인 라마 승려는 전날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분과위원회에서 국가 분열 활동을 중지하라고 달라이라마를 비판했다. 가짜 '활불'(活佛·환생한 부처)이 늘고 있으므로 활불인정은 불교계의 승인 외에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중국 정부는 2007년부터 환생부처인 활불을 당국의 허가제로 바꾸고 2010년부터 생불 국가 등록을 의무화하는 등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중국불교협회는 정식 번호를 부과한 생불 870명의 명단을 온라인에 공개했다. 신도들이 사이비 승려에 속아 발생하는 피해를 막고 티베트 종교를 바로 세우는 것이 명분이며 일부 사실도 포함된다. 종교적 수행력이 권력화되던 티베트 불교의 폐단을 막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 ‘활불공개’의 칼날이 달라이라마를 향하고 있는 것은 라마 승려의 주장으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앞으로 중국정부는 이 묘수(꼼수)를 활용해 달라이라마의 사후 환생 문제를 비롯해 티베트 불교계를 더욱 강력하게 통제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2014년 5월에는 망명정부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하던 활불 안취가 중국으로 귀순해 세상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달라이라마 입적 후 그 권력을 계승할 겔룩파의 2인자인 판첸라마 역시 중국이 세운 인물이었다. 그 이전에 납치되었다는 또 한사람의 판첸라마 역시 중국 정부의 관리하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달라이라마의 환생 역시 판첸라마가 찾고 인정하며, 그조차 중국 정부가 승인해야 하는 상황에서 수행력이 높은 달라이라마가 관세음보살의 화신이라고 해도 그의 사후는 어찌할 도리가 없어 보인다.

달라이라마와 망명정부 총리가 된 롭상 상가이의 노선 차이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달라이라마의 ‘중도노선’(완벽한 독립이 아닌 고도의 자치 요구)을 표면적으로는 승계했지만, 그는 티베트 독립에 대해서 강경파인 ‘티베트 청년회의’ 출신이다. 오랜 티베트 전통인 승려(라마)로부터 내려오는 종교적 권위와 민주적 풀뿌리정치를 실행하는 행정권력 간 불협화음이 지속된다면, 달라이라마의 사후에도 그가 중도노선을 밟을 리는 없을 듯하다.

종교·행정적으로도 궁지에 몰리고 있는 달라이라마가 환생의 전통을 끝내야 한다거나 아름다운 여성으로 환생하겠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달라이라마의 말처럼 수백 년 된 달라이라마의 계승 전통은 대중에 대한 영향력이 있는 재임자인 달라이라마 14세가 살아있을 때 끝내는 게 바람직하다. 향후 우매한 달라이라마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기에 차라리 이즈음에서 전승 제도를 끝내는 게 낫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람살라 난민어린이학교에 다니는 한 남학생이 담벼락에 기대어 있다.[사진=하도겸 박사 제공]


지난해 11월 티베트 인권 운동에 관심을 가져왔고, 달라이라마를 만나기도 했던 낸시 펠로시 미국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가 중국의 허가를 받고 티베트를 방문했다. 장핑(長平) 중국 전인대 상무부위원장도 만난 그는 부시 대통령 때부터 사용했던 대중국 히든카드인 달라이라마의 방중카드를 인도적 차원에서 내밀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에서 전립선 관련 치료를 받고 있는 달라이라마가 오래 전부터 방중을 희망해 온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제 폐막한 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에서는 시진핑 배지에 찬양가까지 나왔다. 경제 부문까지 진두지휘하며 1인 독주 체제의 기반을 다지는데 성공한 시진핑의 중국이 달라이라마의 방중을 허락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자신감에 찬 시진핑 주석의 달라이라마 초청이 가능해진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 달라이라마의 방중 전에 우리도 달라이라마의 방한을 서둘러야겠다.

이런 고도의 정무적인 판단이 필요한 시기에 우리의 달라이라마방한추진회는 10만명 서명을 받은 이후에 답보상태에 있다. 추진회 관계자는 "추진회로 보낸 성금 대부분이 사무실 유지와 인건비로 사용되고 있다"며 승려들 중심의 효율적이지 못한 운영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진정 달라이라마의 방한을 원한다면 상임대표 금강스님 이외에, 달라이마라와 관련이 있는 승려들은 2선으로 물러나서 진심 어린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상임대표와 함께 재가자 불교운동의 선구자로서 추진회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박광서 서강대 교수를 중심으로 실무경험이 많고 정무적인 판단이 가능한 인물들로 추진회를 재구성해야 하지 않을까?

이들이 방한 추진에 박차를 가한다면 2017년 달라이라마가 한국땅을 밟는 것은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

dogyeom.h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