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투수’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28일 첫 등판…‘퍼펙트 세이브’ 기록할까
2016-03-17 14:41
17일 두산에 따르면, 박 회장은 서울 길동 DLI연강원에서 취임식을 개최하고 공식적으로 회장직에 오른다.
그는 25일 ㈜두산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의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두산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박용만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함께 두산인프라코어 및 사내 인재양성원인 두산 DLI 회장을 맡는다.
박정원 회장의 취임은 위기에 몰린 두산을 되살리기 위한 ‘구원등판’ 성격이 강하다. 1985년 두산산업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한지 31년 만에 재계순위 11위의 그룹 회장직을 맡게 됐다.
특히 그는 인기 야구단인 두산베어스 구단주를 맡고 있다는 점 때문에 종종 야구에 비유되곤 한다. 이번 회장 취임을 ‘등판’이라고 표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구원투수’로 나선 박 회장이 위기에 빠진 두산그룹을 구하고 ‘퍼펙트 세이브’를 기록할지는 불투명하다.
현재 두산그룹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력사인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 두산엔진 등이 실적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두산그룹은 1조7000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국제회계기준(K-IFRS) 연결 기준으로 매출 18조9604억원, 영업이익 2646억원, 당기순손실 1조7008억원이다.
창업 120년 전통을 이어온 두산가 첫 오너 4세 총수인 박 회장의 리더십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박 회장의 최우선 과제로 그룹 재무구조 개선이 첫손에 꼽힌다. 우선 지난 2일 MBK파트너스와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 사업부문 매각 협상을 마무리해 1조1308억원 가량의 ‘총알’을 확보했다.
두산밥캣을 국내 증시에 연내 상장하고, 방산업체 두산DST의 매각 작업을 마무리하면 3조원 안팎의 자금을 수혈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두산DST 매각의 경우, 그룹 차원에서 지난 2년여간 추진돼 왔으나 마땅한 인수후보를 찾지 못해 번번이 좌절된 바 있다.
그룹 내에서는 위기에서 빛나는 박 회장의 승부사적 기질에 기대를 걸고 있다. 1999년 ㈜두산 부사장으로 상사BG를 맡은 이후, 수익사업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정리해 취임 1년 만에 매출액을 30% 이상 끌어올렸다.
최근에는 2014년 연료전지 사업, 2015년 면세점 사업 진출 등 그룹의 주요 결정 및 사업 추진에 핵심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인재 발굴과 육성을 중시하고, 과감한 결단력을 가진 박정원 회장의 스타일이 지금 두산그룹에서 가장한 리더십”이라며 “재무구조 개선과 신성장동력 발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