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회장 "기업운영 SW 피처폰→스마트폰으로 바꿔야"

2016-03-15 11:00
대한상의 '기업문화 선진화포럼' 구성키로

글로벌기업 대비 한국기업조직의 강점과 약점[사진=대한상의 제공]


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한국기업의 조직엔진은 매우 낡고 비과학적이며 글로벌기업 수준에 못 미친다. 현재의 조직운영방식으로는 저성장 뉴노멀시대 극복도, 기업의 사회적 지위 향상도 힘들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낡고 비합리적인 기업운영에 대해 쓴소리를 던졌다. 대한상의와 멕킨지가 공동으로 기업문화를 진단한 결과 비효율적인 야근과 회의, 상명하복식 군대문화의 잔존 등 후진적 기업문화가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원인이라는 판단에서다.

즉 저성장시대를 극복해야하는 현 상황에서 구태에 얽메인 후진적 조직으로는 저성장의 파고를 이겨낼 수 없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문화의 근본적인 문제를 찾아내 기업운영의 소프트웨어 자체를 업그레이드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그는 “지속성장의 DNA 형성, 구성원의 조직몰입, 그리고 사회적 신뢰 확보를 위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면서 “피처폰급 기업운영소프트웨어를 최신 스마트폰급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대한상의와 맥킨지가 지난해 6월부터 9개월간 국내기업 100개사, 임직원 4만여명을 대상으로 내놓은 ‘한국기업의 조직건강도와 기업문화 종합보고서’를 보면 명백히 드러난다.

국내기업들 중 77%가 조직건강이 ‘글로벌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특히 중견기업 91%는 글로벌기업에 비해 절대 약세인 것으로 드러났다.

조직건강도 진단은 맥킨지 조직건강도(OHI : Organizational Health Index) 분석기법을 활용했다. 리더십, 업무시스템, 혁신분위기, 책임소재 등 조직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제반사항을 평가·점수화해 글로벌 1800개사와 비교했다.

경영진과 직원간 조직건강을 바라보는 시각차도 뚜렷히 나타났다. 경영진은 자사의 조직건강을 최상위 수준(71점)으로 평가한 반면, 직원들은 최하위 수준(53점)으로 진단하며 상반된 인식을 보였다.

한국형 기업문화의 문제점도 다수 드러났다. 특히 직장인들은 야근과 비효율적 회의, 상명하복식 지시 등 후진적 조직문화의 개선이 절실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직장인들은 ‘습관화된 야근’을 가장 심각한 기업문화로 꼽았다.

대한상의가 한국 고유의 기업문화에 대한 호감여부를 조사한 결과, ‘습관적 야근’이 31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으며 효율적 회의(39점), △과도한 보고(41점) △소통없는 일방적 업무지시(55점)도 낮은 점수를 받았다.

구체적 야근실태를 조사한 결과, 한국 직장인들은 주5일 기준 평균 2.3일을 야근하고 있었다. ‘3일 이상 야근자’ 비율도 43.1%에 이르렀고, ‘야근이 없다’는 직장인은 12.2%에 불과했다.

대한상의는 야근문화의 근본원인으로 비과학적 업무프로세스와 상명하복의 불통문화를 지목했다. 또 야근을 많이 할수록 성과는 오히려 떨어지는 ‘야근의 역설’도 확인됐다.

8개 기업 45명의 일과를 관찰한 결과, 상습적으로 야근하는 A대리는 하루 평균 11시간 30분을 근무했고, 나머지 직원들은 하루에 9시간 50분 일했다. 그러나 A대리의 생산성은 45%로 다른 직원들(57%)보다 더 낮았다. 이를 두고 대한상의는 야근을 할수록 생산성은 떨어지는 ‘야근의 역설’이라고 표현했다.

여성인재의 핸디캡 또한 야근이었다. 여성의 야근일수는 주5일 평균 2.0일로 남성(2.3일)에 비해 적었지만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힘든 수준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는 “‘야근 핸디캡과 사내 눈치보기가 여성의 당당한 조직생활을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정시퇴근을 유도하기 위한 일제소등’, ‘여성인재 활용을 위한 육아휴직과 보육시설 확대’ 등으로는 습관적 야근이나 여성근로자의 고충 등 전근대적 기업문화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각 근인별 액션아이템을 마련해 기업문화 선진화를 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대한상의는 주요기업 CEO들을 위원으로 하는 가칭 ‘기업문화 선진화포럼’을 구성·운영해 기업 최고위층부터 전근대적인 기업문화에 대한 인식을 바꿔나갈 계획이다.

또한 기업문화이슈에 대한 공감대 확산과 개선활동 참여를 유도키 위해 기업문화 토크콘서트를 열고, 한국형 기업문화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심층 연구할 방침이다. 아울러 문제이슈와 해법을 담은 콘텐츠를 제작해 웹상에 게재하는 등 소프트매뉴얼도 보급하는 한편, 우수기업문화 공모전을 여는 등 전방위적인 현장개선활동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이외에도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과도 민관팀플레이도 펼쳐 나갈 예정이다.

대한상의는 “기업문화 혁신을 위해서는 CEO의 인식과 의지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대한상의는 전근대적이고 비합리적인 기업문화 개선을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해 집요하게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