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짜요우(加油)! 태양의 후예들!

2016-03-14 07:00

한국드라마연구소 소장. 이화여대 융합콘텐츠학과 교수 이응진

 '태양의 후예’, 송중기와 송혜교는 진정 태양의 후예다웠다.


최고의 제작비를 들여 깔아놓은 황금빛 카펫을 딛고 두 사람은 힘차고 매력적으로 무대 위로 올라섰다. 덕분에 첫주 시청률 15%에서 둘째 주엔 25%, 셋째 주에는 28.5%로 뛰었다. 이런 기록은 일찍이 없었다. 요즘은 KBS, MBC, SBS 3사의 미니시리즈 시청률을 모두 합쳐도 30%가 나올까 말까 한데 한 작품이 30%에 육박하다니 놀랄만한 일이다. 중국에서도 난리가 난 모양이다. 중국 팬들의 동영상 조회수가 단박에 4억을 돌파해서 ‘별에서 온 그대’ 이상의 새로운 신드롬을 불러일으킬 모양이다.

이 작품은 한국과 중국에 동시 방송되는, 우리 방송사에 새로운 역사를 쓰는 드라마다. 우리가 송중기와 송혜교의 와인키스를 보며 홍조를 띨 때, 중국 한류 팬 4억명도 두 사람의 키스에 함께 달아오른다. 중국에 있는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알아보니 반응이 놀라울 정도다.

"현재 '태양의 후예' 4회분은 2.9억 뷰를 기록하고, 드라마와 영화 전문 평점 사이트 또우반 내에서 평점은 10점 만점에서 9.3점, 웨이보에 '태양의 후예' 관련 글이 15억개를 넘겼습니다.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에서는 검색지수가 65만을 넘어섰고, 10시간 동안 검색어 1위에 오르고 있습니다"

지난해 방송국에서 일을 할 때 ‘뮤직뱅크’팀을 인솔하고 멕시코와 베트남을 다녀온 적이 있다. 하노이 공연도 놀라웠지만 멕시코 땐 믿기지 않을 일이 벌어졌다. 제작진은 EXO와 방탄소년단등 아이돌 스타 40 여명과 스태프 80 여명등 총 120여명이 3진으로 나누어 멕시코시티로 날아갔다. 공연장 점검을 하고 호텔로 돌아오는데 막팀으로 입국하는 EXO를 마중 나간 CP가 전화가 왔다. 공항이 난리가 났다고 했다. ‘오빠’들 환영 나온 멕시코 처녀들 수백명이 손에 손 잡고 공항을 둘러싸고 있다고 했다. 그때가 밤12시 무렵이다. 잠시 후에 온 전화는 더 놀라웠다. 중국 여성팬 30명이 인천에서 ‘오빠’들이 탄 비행기 비지니스석 옆자리에 타고 LA까지 왔다는 소식이었다. 그 중 20명은 다시 인천으로 돌아가고 10명은 멕시코까지 함께 왔다고 했다. 엄마와 딸도 있었다. KBS ‘뮤직뱅크’는 전세계 130개국에 인터넷으로 동시 방송되는 현재의 K-POP 한류를 일으킨 제 1 발전소다.

송중기가 지금 중국을 가면 15년전 하네다 공항에서 벌어진 일이 재발할 게 확실하다. 제발 가지 말기 바란다. 15년전 일본여성 5천명이 갑자기 공항으로 몰려나오는 바람에 공항이 마비 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배용준, ‘욘사마’를 보기 위해 몰려든 한류팬 때문이었다고 한 신문이 전했지만 우리는 그 기사를 반신반의가 아니라 믿지 않았었다.

‘태양의 후예’가 의미있는 것은 꼭 시청률 때문이 아니다. 한국과 중국 동시방송과 더불어 더 의미있는 일은 16부 전작을 방송 전에 모두 제작완료 해냈다는 점이다. 우리 드라마계의 낡은 관행, 후진적 시스템 하나를 보기 좋게 깨주었다. 중국에서 동시방송을 하려면 전체 방송분의 사전검열 때문에 울며 겨자 먹는 일이긴 했지만, 드라마계로선 몸에 좋은 보약이 되었다. 이 지난한 작업을 해낸 작가와 PD와 제작진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주춤하고 있는 드라마 한류에 ‘태양의 후예’는 진화된 제작시스템으로 큰 빛줄기 하나를 내려 주었다.

加油! 기름을 부어준 김은숙 작가와 이응복 PD, 송중기와 송혜교와 모든 출연진, 제작진.
그대들은 태양의 후예들다웠다. 사실은 멕시코와 하노이, 세계 구석구석을 뜨겁게 달구는 ‘한류’, 그 DNA를 품고 있는 이 땅의 우리모두가 태양의 후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짜요우! 태양의 후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