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히야’ 형제라고 쓰고 브로맨스라고 읽는다

2016-03-10 11:17

극 중 진상 역을 맡은 안보현(왼쪽), 진호 역을 맡은 이호원[사진=영화 '히야' 스틸컷]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아무리 밀어내도 내는 네 히야(형) 할 거다.”

동생 진호(이호원 분)은 기가 차다. 그에게 사고뭉치 형 진상(안보현 분)은 그저 걸림돌이었으니 말이다. 가수를 꿈꾸는 진호는 여러 차례 오디션에 지원, 가까스로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다. 드디어 꿈을 이룰 기회를 얻었건만 살인자 누명을 쓴 형 때문에 데뷔가 무산될 위기에 처한다.

영화 ‘히야’(감독 김지연·제작 제공 ㈜메이저타운·공동 제공 ㈜프레스토인베스트먼트·배급 ㈜라이크 콘텐츠)는 인생 잔뜩 꼬인 문제아 형과 가수를 꿈꾸는 열정 충만한 동생의 갈등과 화해를 다룬 작품이다.

집 떠난 지 9년, 사기죄에 살인 누명까지 쓴 진상은 고향으로 도망친다. 집안의 골칫거리였던 진상 때문에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마음 편할 날이 없던 진호는 돌아온 형이 그저 탐탁지 않다. 진호와 진상은 하루가 멀다고 언성을 높이고 두 형제의 누나 혜진(강성미 분)은 동생들이 가진 오해와 편견에 가슴 아파한다.

형사 동팔(박철민 분)은 악연으로 엮인 진상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고 그의 딸 한주(강민아 분)는 진상의 동생 진호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얽히고설킨 이들은 오해와 원망으로 더욱더 깊은 갈등에 빠진다.

영화는 두 형제의 오해와 갈등 그리고 화해에 초점을 맞춘다. 형 진상을 연기한 안보현과 동생 진호 역의 이호원은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케미스트리를 발한다. 철저히 여성 관객을 타깃으로 했다는 김지연 감독의 말마따나 ‘히야’는 잘생긴 두 형제의 티격태격하고 알콩달콩한 에피소드로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진호 역을 맡은 이호원의 팬이라면 영화를 더욱 즐겁게 관람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룹 인피니트에서 래퍼로 활동 중인 이호원의 어설픈 서울말과 랩, 연습생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은 물론이고 무대를 장악하는 모습이나 가수로서의 매력이 십분 드러난 모습들도 살펴볼 수 있다.

형제들의 케미스트리를 보여주고 싶었던 ‘히야’는 아쉽게도 ‘케미스트리’를 보여주는 것에만 급급해 이야기를 진전시키지 못하고 같은 자리를 돌고 있는 인상을 준다. 진부한 상황 설정이나 몇몇 장면들은 영화를 더욱 더디게 만들기도 한다. 두 형제를 중심으로 여러 갈래의 인물들이 등장, 저마다의 사연을 연결 짓는 것 역시 몰입을 돕기보다는 분산시키는 쪽에 가깝다.

또한, 여성 감독이 만들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여성 캐릭터들은 무기력하고 수동적으로 그려지며 누나 혜진과 남편(최필립 분)의 관계 역시 다소 허술하게 마무리된다. 영화 전반적으로 혜진의 감정선 또한 고루 깔아놓은 것에 비해 다소 의아한 결말이기도 하다. 특히 여성 관객들에게는 더욱.

두 형제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인만큼 관객들 역시 진상과 진호, 두 형제의 브로맨스와 케미스트리 부분은 훌륭하다. 이 부분에 관전 포인트를 맞춘다면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이야기들로 런닝타임 109분을 즐길 수 있을 듯하다. 3월 10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