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ICT 사령탑] ⑥ <전문가 제언> 미래부 컨트롤 타워 리더십 실종... "더는 업계 발목 잡아선 안돼"

2016-03-09 15:24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사진=미래부 제공)]
 

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 '창조경제'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가 정보통신기술(ICT) 컨트롤 타워로서 리더십을 잃었다는 우려가 잇따른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 제4 이동통신사 선정, 이동통신용 주파수 경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등 굵직한 국가 ICT정책의 수립 과정에서 생기는 후폭풍을 단 한 번도 매끄럽게 봉합하지 못하면서 정부를 향한 불통과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촌각을 다투는 글로벌 ICT 각축장에서 신속한 정책 결정과 방향 설정을 통해 더이상 국내 기업들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명확한 규제철학 없다... 냉정한 분석과 가이드 제시해야

김희경 한림대학교 ICT정책연구센터 교수는 미래부가 명확한 규제 철학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CJ헬로비전 M&A를 놓고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해관계자들이 지나친 공방전을 벌어지는 것 자체가 정부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이는 미래부가 명확한 규제철학이 없다는 것으로도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정부가 판단 내려야 할 일이므로 미래부는 냉정한 분석과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 불필요한 논쟁을 종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이동통신 독과점 구조 고착을 풀어내지 못하는 것을 근본적 문제로 꼽았다. 김 교수는 "국내 이통사의 네트워크-플랫폼-서비스로 이어지는 수직결합에 의한 시장장악, 그로 인한 폐쇄적인 경쟁구도가 큰 문제"라며 "통신비 인하 정책인 알뜰폰이 더 활성화하고, 유의미한 점유율 변화를 가져오도록 유도해야 한다. 유효경쟁체제로 전환된다면 제4 이통도 어렵지 않게 추진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단편적 접근이 한계... 정책 공감대 형성할 조건부터

박재천 인하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교수는 미래부가 단편적인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교수는 "정책은 시장 퇴보가 아닌 시장 발전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미래부는 단편적 논리로 움직인다. 공감대 형성(컨센서스 빌딩)부터 할 때"라며 "제4 이통의 경우도 경쟁을 고조시키겠다는 정책적 배경이 있는 만큼 사업자가 진입할 수 있는 조건부터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단통법의 경우 시장 활성화에서 발목을 잡은 격이고, 주파수 경매도 사업자가 서비스를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며 "이 또한 미래부와 사업자의 컨센서스 빌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CT 컨트롤 타워 리더십 실종... 시장에 휘둘리지 말아야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방송통신정책센터장은 미래부가 정책 결정에서 시장에 휘둘리는 모양새라 ICT 컨트롤 타워로서 리더십이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미래부는 ICT 정책 리더십을 확보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과거 정책이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면, 최근에는 정책이 시장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며 "방송과 통신은 공익재인 만큼 미래부가 시장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자도 함께 고민해줘야 한다. 단통법을 통해 이통 시장이 안정된 것은 분명하다"며 "다만 미래부는 ICT 정책이 사업자뿐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만큼 하나에 몰입해서는 안 된다. 유기적 연계가 필요하고 핵심 취지를 가지고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CT 특성 살릴 빠른 정책 결정 필요... 시장 경제에 맡기는 것도 답

소재우 서강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교수는 미래부가 ICT 특성을 살릴 빠른 정책 결정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소 교수는 "미래부 신설 초기 업무 조정 등으로 ICT 컨트롤타워 역할 수행에 일부 미흡한 점이 보였다. 현재도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타 부서와의 이견 조율 등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며 "미래부가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나 ICT 특성상 빠른 정책 결정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도 늦어지는 점은 개선될 요소"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단통법 시행을 유통 개선 관점이 아닌 시장 활성화와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본다면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시장 안정화라는 현재의 단통법 상황을 시장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시장 경제에 맡기는 것도 정답이 될 것"이라고 소신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