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CEO 열전, 우리는 맞수-13]위기가 곧 기회…박윤식 한화손해보험 사장vs김현수 롯데손해보험 사장

2016-03-10 08:13

 

[그래픽=임이슬기자 90606a@]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박윤식 한화손해보험 사장과 김현수 롯데손해보험 사장은 보험업계 ‘역전의 용사’로 통한다. 두 명 다 위기 때 구원투수로 등장해 회사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은 입지전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2013년 한화손해보험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제일화재와 합병 한 후 지지부진했던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2014년 롯데손해보험에 합류한 김 사장도 그룹 내 골칫덩이 취급을 받던 보험 계열사를 맡아 취임 1년 만에 흑자로 돌려놨다.

이들은 취임 상황과 시기도 비슷하지만 탁월한 경영성과로 올해 나란히 연임에 성공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또 중대형 보험사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저성장 기조와 포화상태에 도달한 기존 상황을 타개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

◆위기의 승부사…박윤식 한화손해보험 사장

박윤식 사장은 한화손해보험이 2009년 제일화재와 합병한 이후 연임에 성공한 첫번째 CEO다. 1988년 제일은행 팀장으로 금융계 첫 발을 딛은 후 다수의 경영컨설팅회사와 동부화재를 거쳐 2013년 한화손해보험 사장에 취임했다.

취임 당시만 해도 회사 상황은 좋지 않았다. 통합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주변의 기대와 달리 합병한 후 오히려 경영이 악화되면서 박 사장 취임 전까지 3명의 대표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회사를 떠났다. 그는 위기관리와 영업, 고객관리 등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이며 뒷걸음치던 실적을 3년 만에 정상궤도에 올려놨다.

한화손해보험은 지난해 자동차, 장기보험 등 주요 부문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며 상위사와의 간격을 좁혔다. 이 회사의 2015년도 매출액은 4조548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소폭(6.1%) 늘었지만, 당기순이익이 953억원으로 5배가 훌쩍 넘는 '대박' 성장을 일궜다. 

중심축인 자동차보험 부문은 지난해 693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5.4% 늘었으며, 일반보험은 3235억원으로 13.4%성장했다. 특히 수익성이 높은 장기 보장성 보험 신계약액도 509억원으로 전년대비 10.8%폭풍 성장했다.

보험회사의 건선성을 판단하는 손해율도 그가 취임한 후 대폭 개선됐다. 체질개선에 조금씩 성공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회사의 지난해 손해율은 84.6%로 전년대비 1.0%포인트 떨어졌다. 장기보험 손해율은 85.6%에서 84.2%로 낮아졌으며, 특히 장기위험손해율은 92.9%로 6.8%p 개선됐다. 

◆'9회말 2아웃' 구원투수…김현수 롯데 손해보험 사장

김현수 사장은 롯데그룹 ‘재무통’ 출신이다. 1984년 롯데그룹에 입사하면서 롯데와 연을 맺었다. 이후 롯데백화점, 롯데쇼핑 등에서 재무를 담당하며 몸 담았던 계열사마다 탁월한 저력을 과시하면서 그룹내 ‘아픈 손가락’이었던 롯데손해보험 사장 자리로 옮겨왔다.

2014년 그가 취임할 당시 롯데손해보험은 10대 국내 종합손해보험사 가운데 건전성 최하위권의 보험사였다. 부실자산 비중 최고·현금보유 수준 최저(지금여력비율 최저) 등 각종 경영 지표 악화로 회사 운영에 ‘빨간불’도 들어왔다. 

취임 후 김 사장은 절망의 실타리를 하나씩 풀어갔다. 우선 '강한 회사'를 주문하며 내실다지기에 주력했다.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사업비를 대폭 절감했고, 일반보험 확대와 장기 보장성 보험을 중심으로 영업력을 강화했다. 손해율 개선으로 내실 관리도 힘썼다. TC(금융컨설턴트)와 CM(사이버마케팅)을 통한 신성장 채널 발굴과 새로운 상품 개발에도 집중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롯데손해보험은 2013년 6000여만원의 적자에서, 그의 취임 첫해 당기순이익이 25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이 회사의 매출액은 2조 184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8% 증가했으며, 당기순이익은 98억8055만원으로 287.5% 증가했다. 특히 장기보험과 자동차보험의 성장 폭이 컸다. 투자영업이익도 개선됐다. 

'위기관리의 달인'인 김 사장은 평소 직원들에게 ‘초윤장산(礎潤張傘:주춧돌이 젖어 있으면 우산을 준비해라)’의 자세를 강조한다. 빠른 시장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선 변화에 대한 대비책이 항상 준비되야 한다는 의미다.

◆닮은 듯 다른 '역전의 용사들'

두 사장은 위기를 기회로 바꾼 반전의 주인공이다. 각종 악재 속에서 성공 드라마를 쓴 그들만의 경영철학은 무엇일까.

박 사장의 경영철학은 '고객가치경영'으로 요약된다. 그는 취임 후 '전 가족 완전보장'이라는 한화손보만의 영업 문화를 만들었다. 여기에는 ‘고객의 완전보장을 위해 끊임없이 혁신하자'는 굳은 의지가 담겨있다. 

그는 “'고객=수익'을 동의어로 본다면, 기업이 수익을 위해 고객관리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고객중심경영이 될 때 기업들이 말하는 수익중심경영이 창출된다”고 말했다. CEO의 이런 마인드가 경영진 및 임직원들에 전파돼 실적 중심에서 고객 중심 문화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김 사장의 경영 철학은 '소통경영'이다. 고객들의 선택을 받는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해선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는 의미다. 소통이 가능해야 내실경영이 되고, 혁신적인 변화도 이뤄진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취임 후 직원들의 야근을 없애고, 간결한 업무방식을 위해 의사 결정 구조도 단순하게 개편했다. “이익 극대화의 비결은 내실 및 소통 경영"이라는 그의 고집은 실제 경영 실적으로도 증명됐다. 

<박윤식 대표이사 프로필>
▲1957년 서울 출생 ▲서울경기고등학교 졸업 ▲한국외대 서반어과 졸업 ▲서강대학교 무역학 석사 ▲미국 코넬대 MBA ▲제일은행 팀장 ▲아더앤더슨코리아 경영컨설팅 이사 ▲PWC 컨설팅 이사 ▲동부화재 변화관리팀장 상무 ▲동부화재 경영지원실장 부사장 ▲동부화재 고객상품지원실장 부사장 ▲한화손해보험 대표이사

<김현수 사장 프로필>
▲1956년 경북 군위 출생 ▲대구상원고 ▲한양대학교 회계학 졸업 ▲롯데그룹 입사 ▲롯데백화점 경리팀 ▲롯데쇼핑 재무부문장 ▲롯데손해보험 대표이사 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