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人100言]윤동한 “오래 가는 것이 결국 가장 빨리 가는 것이다”

2016-03-09 08:30
한국경제의 기적을 이끌어낸 기업인들의 ‘이 한마디’ (45)

윤동한 한국콜마 창업자[사진=한국콜마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한국콜마에는 독특한 기업문화가 많은데, 그중 하나가 ‘우보천리 행군’이다.

윤동한 창업자와 임직원들은 매년 겨울 지리산 둘레길을 하루 12km씩 걷는 강행군을 한다. 소걸음으로 천리를 간다는 뜻의 ‘우보천리(牛步千里)’는 창업자의 좌우명이기도 하다.

“소의 걸음이 느린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소는 절대로 뒷걸음치지 않는다. 그리고 오래 간다. 오래 가는 것이 결국에는 가장 빨리 가는 것임을 한국콜마 임직원들은 항상 명심하고 있다.”

윤 창업자는 기업도 소처럼 우직하고 정직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회사를 경영해 왔다. 물론 신념을 지키기란 쉽지 않았다.

1990년 한국콜마를 설립할 당시, 고객인 화장품 회사들은 세금계산서가 없는 무자료 거래를 요구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윤 창업자는 이를 거부했다. 주문이 들어오지 않아, 전기료를 내지 못해 단전 통보를 받기도 했으나 “한번 어기면 끝이다”는 생각으로 밀고 나갔다.

창업한지 3년 정도 됐을 무렵, 미국 존슨앤존슨에서 한국콜마에 베이비파우더를 150만개 주문했다. 아무리 좋은 제품도 1년에 20만개 팔면 잘한 것이라고 할 때였다. 원칙을 지킨 윤 창업자의 소신을 믿고 맡긴 것이다.

한편 국내 화장품 시장은 태평양, 한국화장품 등 주요 업체가 기획, 제조, 유통을 휩쓸고 있어 후발 업체들은 이들로부터 하청을 받아 주문자상표부착(OEM) 제조사업만 하고 있었다.

한국콜마도 초창기에는 고객들이 주문한대로 제조만 했다. 하지만 고객사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OEM은 성장의 한계가 있었다.

이에 윤 창업자는 1993년 국내 화장품 업계 최초로,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을 도입했다. 앞서 그는 ODM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기술개발 조직과 인력을 꾸준히 갖춰 나가며 성분부터 제조기술까지 개발하는 등 꾸준히 준비를 갖췄다.

기술력이 소문나기 시작하자, 화장품 시장에 신규 진입한 대기업에서 주문이 들어왔다. ODM 전환은 한국콜마가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 현재 한국콜마는 아모레퍼시픽, 네이처리퍼블릭, LG생활건강 등 국내외 250여개 화장품 업체를 고객사로 둔 기업으로 성장했다. 2015년에는 연 매출 1조 원대를 기록, ‘1조클럽’에 가입했다.

윤 창업자는 “우리의 1차 고객은 기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제품에 우리 기업명이 전면에 드러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요즘 소비자들은 먹는 것부터 바르는 것까지 모든 제품의 뒷면을 본다. 원산지와 성분, 제조원가과 판매원을 꼼꼼히 본다. 1차 고객은 기업이지만, 최종 고객은 소비자이기 때문에 늘 최종 고객을 생각하고 제품을 만든다”고 말했다.

그가 삶의 지표로 삼은 ‘우보천리’의 신념에는 사람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있다. 회사 설립 초기에 연구원이 150명 정도 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중소기업에서 굳이 연구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말을 했다. “그렇게 사람을 키워봤자,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 다른 데로 가버린다”며 걱정하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윤 창업자는 그런 연구원이 있다고 해도 자신의 성과물 중 70%는 회사에 남겨두고, 30%를 가져간다며 연구 인력을 지원했다. 덕분에 새로운 제품이 줄줄이 나왔다. 다른 회사로 갔던 인력이 몇년 후 되돌아오는 경우도 생겼다.

그는 '자동차에서 엔진만 중요하고 와이퍼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한다. 각자의 역할은 달라도 모두 소중한 사람들이고, 그 사람들을 지켜주는 게 바로 경영자의 역할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