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림의 머니테크] 돈 관리 요령 먼저 리모델링해야

2016-03-06 06:00

 

윤기림 리치빌재무컨설팅 대표

은행이자가 2%를 밑돌고, 금융시장도 널뛰기를 하니 많은 사람이 '투자'를 고민한다. 그동안 투자에 실패하는 바람에 모은 돈이 없다는 푸념도 나온다.

그러나 투자 실패보다는 돈 관리에 실패한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 간과되고 있다. 높은 수익을 생각하지 않고 매월 50만원씩 10년을 모았다면 원금만 6000만원이 모아졌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수중에는 돈이 없다.

아마도 많은 사람이 적금에 가입해 목돈을 만져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1년, 3년씩 열심히 저축해서 만든 그 돈을 어떻게 관리했는지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은 몇 안 된다. 그 돈은 지금 어디로 갔을까.

은행에서 만기가 된 적금을 받아서 집에 오는데 갑자기 백화점에 진열된 옷이 유난히 예뻐 보이거나 새로 출시된 자동차에 자꾸 눈길이 가지는 않는가. 또 어떻게 알았는지 때마침 어머니와 친구가 돈을 빌려 달라고 말하지는 않나. 이런 이유로 어렵게 만든 목돈은 한 달도 채 안 돼 사라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낭비가 심한 것도 아니고, 알뜰히 아껴 열심히 저축했는데 지금 손에 쥔 게 없는 이유다.

필자를 찾는 지인도 대부분 낭비를 한 것도 아니고, 열심히 살았는데 정작 남은 게 없다는 하소연을 많이 한다. 하지만 이것 역시 돈이 가진 속성 가운데 하나다.

예를 들어 3년 만기 적금을 타서 전세금을 올려주거나 아이 학비로 써야 한다면 쉽게 옷을 사고, 자동차를 바꾸고, 남에게 빌려줄 수 있을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는 자금을 모으고 불리는 데 명확한 목적을 부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보여준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막연하게 1억원 모으는 것을 목표로 저축하며 투자하고 있다.

상담을 하다 보면 '3년 안에 1억원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매우 강한 사람을 종종 본다. 이런 사람 대부분은 그냥 1억원이라는 상징성만 생각하지 막상 그 돈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명확한 목표의식이 없기 때문에 돈을 모으기가 어려운 것이다. 설사 어렵사리 1억원이라는 돈을 모았다고 하더라도 앞서 말한 것처럼 금방 사라져버릴 가능성도 높다.

지금 당장 가지고 있는 통장을 모두 꺼내보자. 그리고 통장마다 꼬리표를 달아보자. 만약 매월 60만원씩 저축하는 통장이 있다고 하면 3년 후 만기에 무엇을 할 것인지를 통장에 적어야 한다.

만약 명확한 목적이 없다면 돈 관리에 대한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1년 후 괌으로 가족여행을 가겠다는 목표가 생겼다고 하자. 그럼 우선 이 여행에 필요한 경비를 따져 보고 거기에 맞게 월 저축 금액을 정해 모으기 시작하면 된다. 그리고 통장 겉면에 여행 날짜와 필요자금, 적금 만기시 받는 금액을 계산해 써두자. 만기가 되면 이 돈을 찾아 항공권을 사고, 즐겁운 마음으로 여행을 다녀오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