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경선, 공화 ‘적전 분열’ 점입가경

2016-03-04 06:48
주류 ‘반 트럼프’ 공격에 트럼프 ‘무소속 출마’ 반격

[사진=CNN 뉴스 캡처]


아주경제 워싱턴특파원 박요셉 기자 = 미국 대통령 선거 경선이 한창인 가운데 공화당이 경선전 선두주자 도널드 트럼프를 놓고 내분이 나타나며 적전 분열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기존 정치인이 아닌 '아웃사이더' 출신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 경선의 핵심 승부처인 '슈퍼 화요일'까지 대승을 이어가며 대세로 자리잡자 위기를 느낀 당 주류 세력의 ‘반 트럼프’ 움직임이 본격화했다.

이에 맞서 트럼프는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내비치며 반격에 나서면서 자칫 대선을 앞두고 당이 갈라질 위험성마저 드러내고 있다.

공화당 내 주류 세력은 그동안 노골적인 트럼프 저지 활동을 벌이지 않았으나 3일(현지시간) 2012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를 지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트럼프 공격의 전면에 나섰다.

롬니 전 주지사는 이날 유타주 솔트레이트시티의 유타대학 연설에서 "트럼프는 가짜이고 사기꾼이다.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며 트럼프를 맹비난했다.

그는 "트럼프는 약자를 협박하고 부정직하며 여자를 혐오하는 인물"이라면서 "만일 공화당이 트럼프를 대선 후보로 지명한다면 안전하고 번영된 미래에 대한 전망은 거의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롬니 전 주지사는 또 "악이 선을 짓밟고 있다"면서 "유권자들의 분노를 이해하지만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2008년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상원의원과 폴 라이언 하원의장도 롬니 전 주지사의 트럼프 공격에 힘을 더했다.

매케인 의원은 성명에서 "국가안보 이슈에 관한 트럼프의 지각없고 위험한 발언을 둘러싼 많은 우려에 대해 나 역시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고, 라이언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롬니는 우리당의 지도자 중 한 명으로, 그는 당과 국가의 미래에 대해 깊이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화당 주류의 이같은 공세는 15일 열릴 ‘미니 슈퍼 화요일’에서 트럼프가 승리한다면 힘을 잃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현재로서는 그렇게 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클린턴 전 장관과 트럼프는 미니 슈퍼 화요일의 주요 대결에서도 경쟁자들을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로리다 주에서 트럼프는 43.3%의 지지율로 이 지역 출신 마르코 루비오 의원을 약 20% 포인트 차이로 압도했으며 일리노이주에서도 33%대 17.5%로 루비오 의원보다 거의 두 배의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

이와 같은 압도적 우세 분위기 속에서 트럼프는 주류 진영의 공세에 대해 무소속 출마 가능성까지 드러내며 반격에 나섰다.

트럼프는 이날 메인주 포틀랜드 유세 도중 열린 기자회견에서 "롬니가 4년 전 대선에서 내게 지지를 구걸했다"고 조롱하면서 "그는 4년 전 형편없이 깨진 실패한 후보다. 이번에도 출마하려다가 내가 무서워 출마 계획을 접었다"고 비난했다.

또한 그는 MSNBC 방송 인터뷰에서 "만약 내가 당을 떠난다면 무소속 출마에 관계없이 나를 지지하는 수백만 명의 유권자들은 나와 함께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