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화보] 왼손에는 ‘인문’, 오른손에는 ‘생태’, 구이저우 첸둥베이로 가다
2016-03-15 16:18
인민화보 리잉(李穎) 기자 =구이저우(貴州)하면 제일 먼저 먀오족(苗族) 문화가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구이저우 문화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만큼 풍부하고 역사가 깊다. 이번에 우리는 잘 알려지지 않은 길을 찾아나섰다. 바로 첸둥베이(黔東北) 지역의 퉁런(銅仁)시 스첸(石阡)현에 자리잡고 있는 ‘거라오족(仡佬族)’과 ‘둥족(侗族)’이다. 이들의 가정에서 생태와 인문이 서로 교차되고 결합하면서 서로를 완성시키는 힘을 느꼈다.
구이저우 북동부 퉁런에 위치한 스첸은 쭌이(遵義)시와 첸둥난(黔東南)자치주의 카이리(凱里)시와 가깝다. 스첸을 중심으로 구이저우 동부에는 다양한 여행코스가 형성돼 있다. 이 곳은 거라오족 자치구, 둥족 자치구를 이루는 중요한 부분이다.
‘변두리’의 고대 중원문화
구불구불한 우(烏)강이 첸둥베이에서 뻗어나와 구이저우와 중원을 연결한다. 상대적으로 폐쇄된 지리적 환경 때문에 중원의 주류문화와 미적 감각이 이 곳에 유입된 이후 비교적 보존이 잘 됐다.
첸둥베이에는 거라오족과 둥족이 많고 먀오족은 적다. 그래서 이 지역의 전통문화에는 경쾌한 노래와 춤이 있는 낭만적인 정취가 덜한 대신에 자연과 삶에 대한 경건함이 더 많다.
첸둥베이에는 ‘관관차(罐罐茶)’라는 것이 있다. 밀크티 컵처럼 생긴 질그릇 단지에 거친 찻잎을 넣고 숯불 위에 올려 가열해 찻물이 펄펄 끓으면 숫불을 하나 끼우고 단지 위로 올라온 하얀 거품을 걷어낸다. 날씨가 추우면 생강편을 넣어 함께 끓여도 좋다. 다소 조악해 보이는 방식이지만 이것이 정통적인 ‘대당(大唐)의 차 마시는 법’이고 육우가 <다경(茶經)>에 기록한 차 마시는 방식과도 매우 흡사하다. 또한 스첸타이차(石阡苔茶)는 천년 전 품종의 유전자를 보존하고 있다. 찻잎이 막 나왔을 때가 ‘자아(紫芽)’이고 자라면서 점점 녹색으로 변한다. 자아가 가장 진귀하다.
오래된 중원문화와 특수한 지리 환경이 함께 작용해 첸둥베이 지역에는 독특한 자연 숭배가 생겼다. 이는 제례, 건축, 토템은 물론 일상생활 속에서도 잘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스첸에는 ‘신선두부(神仙豆腐)’라는 유명한 요리가 있다. 산 속에서 자라는 야생 ‘신선 잎’을 채취해 물에 담그고 거품내고 주무르고 씻고 걸러낸 후 목탄재를 ‘점화(點化)’해 가만히 놓아두면 아름다운 녹색의 두부가 만들어진다. 여기에 콩과 고수를 곁들이고 식초로 맛을 낸다. 전체 과정에 불이 전혀 사용되지 않는 것이 이 요리의 특징이다.
지리와 문화, 생태와 인문이 서로를 완성시키는 것이 첸둥베이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고귀하고 청정한 산속 마을
스첸현 정부소재지는 매우 작다. 차로 10분이면 한 바퀴 돌고, 걸어도 한 시간이 채 안 걸린다. 그러나 이 작은 곳은 문묘(文廟), 만수궁, 동악묘(東嶽廟), 북탑사(北塔寺), 성당 등 옛 건축물로 가득 들어차 있다.
명나라 영락(永樂) 11년(AD 1413년) 스첸에 부(府)가 설립됐다. 부지사 이감(李鑒)이 제일 먼저 한 일은 문묘 건설이었다고 한다. 이곳에 건설된 문묘는 규모도 크고 격식에도 딱 들어 맞는다. 베이징의 공자묘와 건축 구조가 똑같다.
스첸은 부유한 곳이었다. 이는 찻잎 거래 덕분이었다. 현지에서 규모가 가장 큰 만수궁은 당시 차상인이었던 좌성헌(左成憲)이 거금을 내 건설한 것이다. 만수궁을 지을 때 그가 혼자서 은자 40만냥을 내놨다고 한다. 아름다운 벽돌 조각, 석각, 무대 대들보 조각이 눈을 번쩍 뜨이게 한다.
우리는 첸둥베이의 여러 옛 마을에 들렀다. 마을의 영련(楹聯, 대청 앞 기둥에 써 붙인 주련) 글자는 하나같이 정교하고 깔끔했다. 문체도 아름답고 주제와 단어 선택, 대구 모두 훌륭했다. 마을에서 진사(進士), 공생(貢生), 수재(秀才)를 40여 명 배출했다고 하는데 실없는 말이 아니었다.
숲 속 계곡은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하고 산 속 도로에서는 사람들이 먼저 가라고 양보한다. 태허동(太虛洞)에는 ‘홍포제례(紅布祭祀)’라는 옛 풍습이 있는데 제례가 끝난 후 땅 위에는 그 어떤 잡다한 물건도 보이지 않았다. 현지 사람들은 이런 행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수양을 쌓아왔다. 생활 속에서 평온하고 넉넉한 마음을 유지하고 이런 평온한 생활이 지속적으로 생활의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전통문화에 깃들어 있는 생태관
해마다 음력 2월 초하루가 되면 스첸현 남서쪽에 위치한 옛 마을 야요상(堯上)은 관광객들로 절정을 이룬다. 사람들이 고생을 마다 않고 이런 산 속까지 오는 이유는 3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거라오경작(仡佬敬雀)’을 보기 위해서다.
낭랑한 태평소 소리가 울리면 자주색과 남색으로 된 옷을 입은 거라오 촌민들이 제물인 돼지와 양, 죽왕(竹王)을 상징하는 대나무 장대를 들고 홍, 황, 녹색으로 장식된 감실 앞에 선다. 이곳에서 하늘과 땅은 물론 감실 뒤에 조롱박을 쥐고있는 거대한 독수리 상에게도 제물과 떡 등을 바친다. 펄럭이는 깃발도 홍, 황, 녹 삼색으로 되어 있고 그 위에는 각종 경귀가 써 있다. 황포를 입은 불교 선사와 홍포를 입은 제사장이 제단을 돌며 춤을 추면서 ‘주문’을 외운다. 쇠뿔 호각이 낮게 울리면 사람들은 정성스럽게 향을 피우고 경배한다.
현재 거라오족 사람의 95%가 구이저우에 거주한다. 그들의 문화와 전통은 스첸 지역에 가장 완벽하게 보존돼 있다. 경작절은 거라오족 사람들이 전염병에 걸리지 않게 해준 독수리에게 감사하는 의식에서 기원한다. 이후 이 감사 의식이 모든 생명체로 확대돼 좋은 날씨와 풍년을 기원하게 됐다.
세상의 생명체에 대한 거라오족의 존중은 축제 뿐 아니라 생활의 작은 부분까지 깊숙히 파고들었다. 야오상촌의 가옥 지붕의 척수(脊獸)는 참새 꼬리와 동전 또는 참새와 연꽃이 결합된 것이다. 마을 옆 산수구릉도 물고기, 참새 등으로 이름을 붙였으며 아이들은 나무를 아버지처럼 섬기며 자신의 수호신으로 삼는다.
거라오족 문화에서는 새를 잡고 물을 오염시키고 나무를 훼손하는 것은 신령을 침범하는 심각한 사건이다. 포딩(佛頂)산 아래 길게 이어진 고목이 완벽하게 보존된 것은 이같은 경작(敬雀)문화와 관계가 깊다.
* 본 기사와 사진은 중국 국무원 산하 중국외문국 인민화보사가 제공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