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은 넘겼지만…SK텔레콤,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산 넘어 산’

2016-02-28 08:26

[CJ헬로비전이 주주총회를 통해 SK브로드밴드 합병 승인을 가결시키면서 경쟁사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는 모습이다. 미래부가 여전히 ‘신중한 검토’를 강조하고 있어 당분간 이를 둘러싼 논란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 26일 주총에서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 당위성을 설명하는 김진석 CJ헬로비전 대표. 사진제공-CJ헬로비전 ]


아주경제 정광연 기자 =CJ헬로비전이 주주총회를 통해 SK브로드밴드 합병 승인을 가결시켰다. 하지만 미래창조과학부가 여전히 철저한 검토를 강조하고 있고 경쟁사 및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오히려 거세질 가능성이 높아 당분간 SK텔레콤의 고민이 이어질 전망이다.

28일 정부관계자에 따르면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허가심사를 진행중인 미래부는 CJ헬로비전 주주총회 결과가 상관없이 ‘철저한 검토’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경식 미래부 대변인은 “인수 허가 심사는 관련법에 따라 미래부와 방통위, 공정위 등 3개 부처가 함께 진행중인 사안으로 기업 주총 결과는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며 “시일에 구애받지 않고 문제가 될 수 있는 모든 부분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CJ헬로비전이 주총을 통해 SK브로드밴드 합병 승인을 통과시킨 것이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주동의를 빌미삼아 정부 승인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적법한 절차에 따랐다고는 하지만 CJ헬로비전이 굳이 이 시점에서 주총을 개최하고 합병 승인을 가결시켜야 했는가라는 점은 의문”이라며 “기업이 주주를 앞세워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는 식으로 비춰질 경우 역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수합병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KT와 LG유플러스가 주총 결과를 기점으로 다시 한 번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양사는 공동 자료를 통해 △방송통신 시장 황폐화 △방송법 위반 소지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소지 △정부 심사재량 제약 △소액주주 이익 침해 배임적 행위 △주주·채권자 신뢰 및 권리 훼손 등 총 6개 부문에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반대했다.

KT 관계자는 “업계와 학계, 시민단체 등 각계각층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총을 강행한 점이 매우 유감스럽다”며 “모든 방법을 동원해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저지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CJ헬로비전은 일단 맞대응을 자체하고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주총 이후 반대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 전략 수립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김진석 CJ헬로비전 대표는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은 시장 발전을 위한 선택”이라며 “적극적 투자와 혁신적인 서비스 개발로 방송산업 발전과 소비자 가치 제고에 적극 노력할 것이며 미디어 생태게 선순환 구조 확립에도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CJ헬로비전은 지난 26일, 발행 주식 7744만 6855주 중 75.2%인 5824만1752주가 참석한 가운데 SK브로밴드 합병계약서 승인을 가결시켰다. 찬성률은 전체 발행주식의 73.06%, 참석 주식의 97.15%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