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광주선언'…野 불붙는 호남 쟁탈전

2016-02-25 16:39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5일 광주 시의회에서 '광주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혜란 기자]


(아주경제=광주) 김혜란 기자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5일 광주를 찾아 '김대중·노무현 정신' 계승을 강조하며 호남 출신의 차세대 대권 주자를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김 대표는 "햇볕정책은 진일보해야 한다"면서 당 대북 정책 노선 변경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에 국민의당은 "정통 야당을 이어온 어느 정당도 광주에서 오늘과 같은 광주 선언을 발표한 적이 없다"고 비판하는 등 4·13 총선을 앞두고 야권 내 '호남 쟁탈전'이 한층 격화된 모습이다. 

김 대표는 이날 박영선·이용섭 비대위원, 양향자 선대위원 등과 함께 광주 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 선언'을 발표했다.

그는 선언에서 "김대중 국민의 정부, 노무현 참여정부를 탄생시켜 민주주의 10년을 꽃피울 수 있었던 것도 광주의 힘이었다"면서 "김대중 대통령 이후 호남 출신의 유력한 대권 주자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은 가슴 아픈 사실"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호남은 우리 당이 어렵고 힘들 때 제일 먼저 도움을 요청한 곳이었고, 역사의 고비마다 희생과 헌신을 다 해왔지만 중요한 정치적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는 소외되는 아픔을 겪었다"며 "이러한 상황이 호남의 자존심에 상처를 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더민주에서 '호남불가론'은 사라진 용어가 될 것이다. 호남의 참신하고 유능한 정치인들이 역동적이고 포용력 있는 대권 주자로 성장하고 이들이 차세대 지도자가 되어 제2, 3의 김대중으로 자라날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이 한계에 부닥쳤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통일대박'과 같은 막연한 통일정책이 아니라, 확고한 평화통일의 지향 아래, 구체적인 대북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북한이 핵을 갖지 않았던 시점의 '햇볕정책'은 유효한 대북정책이었지만 북한이 핵을 보유한 지금 대북정책은 진일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떤 식으로 햇볕정책을 계승·발전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김 대표는 또 "가급적 광주 유권자들의 민심을 최대한 반영하고 전략공천은 절제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했고, 이용섭 비대위원도 "이미 호남 물갈이가 상당히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광주 의원 8명 중 2명이 남았다"고 말했다. 광주에 지역구를 둔 전체 현역 의원 8명 중 6명이 탈당해 국민의당으로 합류한 사실을 거론하며, 더민주는 호남 정치 혁신 의지로 새 피를 수혈해 국민의당과 정면 대결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대표의 기자회견 직후 국민의당이 '광주 선언' 내용을 조목조목 비판하면서 양당간 신경전도 펼쳐졌다. 

김재두 국민의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김 대표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을 존중하고 계승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는데 정작 전날(24일) 더민주의 (하위 20% 컷오프) 공천 배제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김·노 전 대통령을 잇고 가교역할을 했던 사람들을 골라 배제했다"면서 "한마디로 김대중-노무현의 정신을 단절시켰으며 더민주는 더 친노패권 정당으로 강화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더욱이 광주에서 또 햇볕정책에 손을 봐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광주시민들이 새누리당 지도부가 광주 선언을 채택한 것으로 착각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아울러 김 대변인은 김 대표가 '제 2, 3의 DJ' 육성을 선언한 데 대해 "뒤늦게 뉴DJ 따라잡기를 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고 했다.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 대표는 '뉴DJ' 발굴 의지를 수차례 피력해왔다. 
 

25일 광주그린카진흥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민생현장 방문 간담회에 참석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사진=김혜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