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서 버젓이 '포스코 일감 뒷거래'
2016-02-22 17:23
아주경제 이동재 기자 = 포스코의 외주 용역을 측근에게 몰아준 혐의가 적발된 정치인들은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뒷거래 장소'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김석우 부장검사)는 22일 포스코에 압력을 넣어 자신의 측근 업체가 일감을 따내도록 한 혐의 등으로 새누리당 이병석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2009년 포스코의 경영 악재였던 포항 신제강공장 건설 중단 사태를 해결해 준 대가로 이 의원의 측근 업체에 부당 이득이 돌아갔다는 게 검찰의 수사 결과였다.
이 의원과 포스코의 '검은 공생'이 모의된 장소는 서울 여의도의 의원회관 사무실이었다.
2009년 8월께 포스코 임원들은 신제강공장 건설 재개를 청탁하기 위해 국회에 있던 이 의원의 사무실을 찾았다. 공사 건설 중단을 명령했던 국방부가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부탁하는 자리였다.
이듬해 8월 이 의원은 같은 장소로 관련 부처 인사들을 불러모았다. 국토해양부 2차관, 국방부 차관 등이 이 의원의 '호출'을 받고 의원회관 사무실을 찾았다.
이 의원은 이들을 만나 신제강공장 건설 중단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결국 신제강공장 공사가 2011년 1월 재개돼 포스코의 청탁은 성공을 거뒀다.
이 의원은 포스코에 보답을 요구했다. 자신의 선거운동을 돕던 측근들이 운영하거나 실소유한 업체 S사와 E사에 일감을 주라고 한 것이다.
이 의원의 청탁대로 계약을 성사시키는 쉽지 않았다. S사 측이 납품권을 요구한 광물은 국제입찰 방식으로 거래되고 있어서 특혜 발주가 어려웠다.
E사 실소유주 한모씨에게는 포스코의 알짜 협력사 지분 20%를 이전해 주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해당 업체의 노조에서 반발했다.
포스코는 우회로를 마련했다. S사 측에는 당초 납품권을 요구한 광물이 아닌 다른 광물을 포스코가 중국 업체로부터 들여오는 거래를 중개해 수수료를 챙길 수 있게 해 줬다.
E사에는 다른 협력사가 맡고 있던 제철소 청소용역사업을 넘겨줬다.
이런 특혜의 대가로 이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장소도 국회 의원회관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의원은 E사 실소유주 2013년 2월과 2014년 10월에 각각 1000만원과 500만원을 불법 정치자금으로 송금받았는데, 돈을 인출한 장소는 의원회관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과 비슷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새누리당 이상득 전 의원도 국회 의원회관을 이용했다.
이 전 의원 역시 2009년 8월 신제강공장 공사 중단을 해결해 달라는 포스코의 부탁을 받았는데 당시 자신의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포스코 임원들을 만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에서 몇몇 국회의원이 겉으로는 돈 안드는 선거를 표방했지만 뒤에서는 측근의 이권을 보장해 준 사실이 밝혀졌다"며 "부정부패의 검은 고리를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