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배우’ 오달수·윤제문·이경영, 배우들을 존경하는 마음으로(종합)

2016-02-18 09:55

[사진=아주경제 DB]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대배우’는 배우들의 존경심에서 비롯된 영화입니다.”(석민우 감독)

대배우를 꿈꾸는 20년 차 무명배우 장성필(오달수 분). 아동극 ‘플란다스의 개’에서 파트라슈 역할 전문으로 20년째 대학로를 지키고 있는 그이지만 극단생활을 함께했던 설강식(윤제문 분)이 국민배우로 승승장구하자 언젠가 자신도 대배우가 되리라 다짐한다. 하지만 여전히 대사 한마디 없는 개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그는 세계가 인정한 감독 깐느박(이경영 분)을 만나며 일생일대의 메소드 연기를 준비한다.

영화 ‘대배우’(감독 석민우·제작 영화사 다·제공 ㈜대명문화공장·배급 ㈜대명문화공장 리틀빅픽처스)는 석민우 감독의 말처럼 배우들에 대한 존경으로 시작된 영화다. 영화 ‘올드보이’, ‘박쥐’ 등 박찬욱 감독 작품에서 조감독으로 활동한 석 감독은 “‘박쥐’ 오디션에서 한 배우와 전화통화를 나눴고 너무도 간절하고 진실한 마음에 시나리오를 쓰게 되었다”고 밝혔다.

2월 17일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점에서 진행된 제작보고회에서 석 감독은 “이 (오디션을 본 배우) 이야기를 넣어야겠다고 해서 시작한 시나리오다. 그래서 극 중에도 ‘박쥐’를 패러디한 작품이 등장한다. 또 ‘박쥐’를 패러디한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박인환 선배가 연기한 노신부의 대사 때문이다. 그 대사가 장성필의 위치와 꼭 맞다고 여겼다. 이 대사가 우리 영화에 들어오면 다른 식으로 해석돼 상황을 대변하겠구나 생각했다”고 밝혔다.

석민우 감독은 극 중 ‘박쥐’,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등 다양한 작품을 패러디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깐느박 캐릭터다. 박찬욱 감독을 모델로 한 이 캐릭터는 충무로에서 정통 연출을 하는 세계적인 감독으로 배우 이경영이 외모와 말투까지 따라 해 눈길을 끈다.

깐느박 역의 이경영은 “박찬욱 감독을 모티브로 해서 닮았으면 했다. 표정, 말투 같은 것은 과거 ‘3인조’로 호흡을 맞췄을 때를 기억하며 만들었다. 연기가 막힐 때면 주변 스태프에게 ‘박 감독은 어떻게 표현하느냐’고 물어 도움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찬욱 감독과는 뒷모습이 굉장히 닮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그렇지만 주변에서도 박찬욱 감독과 비슷하다고 말해줬다”고 덧붙였다.

이에 오달수는 “우리 조명감독이 박찬욱 감독과 오래 작품을 하던 분이시다. 조명감독이 멀리서 작업을 하다가 이경영 선배를 보고 인사를 하러 내려온 적도 있었다”는 일화를 밝혔다.

이 외에도 석민우 감독은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을 패러디한 것에 대해 “제가 조감독을 맡았던 영화를 넣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다만 국민배우 설강식 역 자체가 국민배우인 설경구, 송강호, 최민식의 이름을 따서 넣은 것이기 때문에 이분들의 위치에 맞는 큰 스케일의 한국영화를 패러디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설강식의 위치에 관해 설명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대배우’라는 제목에 걸맞는 대배우 오달수, 윤제문, 이경영의 주연으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이에 석민우 감독은 오달수, 윤제문, 이경영의 인연을 언급하며 남다른 인연으로 캐스팅에 성공한 일화를 밝혔다.

석 감독은 오달수에 대해 “영화 ‘올드보이’에서 처음 만났다. 박찬욱 감독님 영화를 계속했으니 2년에 한 번꼴로 만난 셈이다. 평소 오달수 선배님을 굉장히 좋아해서 꼭 한 번 제 영화에 출연시키고 싶었다. 제가 좋아하는 배우가 늘 짧게 나오는 게 아쉬워서 처음부터 끝까지 나왔으면 하는 마음을 만들게 되었다. 존경심에서 비롯된 영화”라고 말했다.

이어 윤제문에 대해 “‘남극일기’ 때부터 팬이었다. 하지만 늘 악역, 형사, 관공서 직원으로만 출연하시는 게 아쉬웠다.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에 늘 출연하는 미후네 도시로라는 배우를 좋아하는데 윤제문이 한국의 미후네 도시로가 아닌가 싶다. 관공서 직원 아닌 멋진 캐릭터 만들어드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경영에 대해서는 “제가 이경영 선배의 영화를 보고 자란 세대다. ‘있잖아요 비밀이에요’는 학창시절 처음으로 돈을 내고 본 영화다. 시나리오를 드릴 때도 워낙 바쁘시고 역할 자체가 박찬욱 감독이 모티브가 된 캐릭터라 안 해주면 어쩌나 했다. 못하더라도 사인받자는 마음으로 찾아갔다”고 털어놨다. 이경영은 석 감독이 내민 ‘있잖아요 비밀이에요’ 포스터에 출연을 승낙했다는 후문이다.

‘천만요정’인 오달수의 첫 주연작품. 오달수는 이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천만 요정이라는 닉네임 자체가 감사하다. 이번에는 ‘대배우’의 관객 수만큼 요정이 될 예정이다. 잘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다. 운도 따라줘야 하고 여러 가지 상황이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연배우로서 부담감이 왜 없겠나. 열심히 홍보하고 잘 되어야 한다. 그런 마음이 든다”며 밤새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사실을 털어놨다.

“연기를 그만둘 때야 비로소 ‘대배우’를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오달수, 이경영, 윤제문은 연기경력 도합 70년인 베테랑 배우들이다. 하지만 연기에 대한,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태도는 여전히 초심이었다. 그리고 이들을 바라보는 석민우 감독의 존경심 역시 기자간담회 동안 여실히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