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신실크로드를 가다]중국 안의 세계 시장, 현지화 전략으로 잡는다
2016-02-14 11:21
동부 연안 지역의 주요 대도시들은 세계 각국 기업들의 각축장으로 변했다. 그 중에서도 상하이시는 중국 최대 소비시장으로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상하이는 장쑤성, 저장성 등 화동경제권 중심지이며 화동지역의 소비액은 중국 전체의 20%를 상회한다.
상하이시는 또한 자유무역구를 운영하며 개혁개방 정책의 시험장으로 삼고 있다. 이같은 개방성이 중국 내 제조벨트를 활용해 세계 시장 패권을 잡으려는 글로벌 기업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먹거리가 풍성한 만큼 포식자도 넘쳐난다. 상하이시는 2014년 말 기준 전체 다국적기업 지역본부 490개사, 지주회사 297개사, 연구개발(R&D)센터 381개사로, 중국 최대의 글로벌 지역본부 집산지이다.
외자 유치를 위한 중국 정부의 혜택은 수년전에 없어졌다. 자국 기업 육성에 바쁜 중국 정부는 성장의 학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외자 기업을 밀어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폐쇄적인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활용했던 중국 현지기업과의 파트너십 전략이 현재도 유효해 보인다.
IBM, HP, 인텔 등 글로벌 유수 기업들은 중국의 새로운 발전단계에 맞춰 중국사업에서 지속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시장 신뢰와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신기술 요구에 대응해 중국 기업과의 기술 협력 수준을 더욱 긴밀하게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상하이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기업의 생산법인은 SK이노베이션과 시노펙의 합작공장이 있다. 2005년 3월 설립한 SK 최초의 중국 합작법인으로, 중국 내 최고 수준의 용제 생산업체로 자리매김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이곳 상하이 본부를 중국 사업의 헤드쿼터로 지정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상하이의 입지적 중요성과 더불어 중국 파트너링 사업 성공 모델인 우한 중한석화와도 가깝기 때문”이라고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설명했다.
지난 3일부터 중국 출장을 떠난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상하이를 가장 먼저 방문해 중국 중심 성장을 독려하기도 했다.
금호석유화학도 현지업체와 합작해 2000년 상하이 공장(상하이금호일려소료)을 지었다. 15년 파트너십을 통해 금호석유화학은 상하이금호일려소료와 두터운 협력 시스템을 구축했다. 상하이금호일려소료는 CNAS 인증을 받은 중국 최고 수준의 테스트 기술력을 갖추며 최근 5년간 관련 생산제품(ABS)의 중국 내 최다 특허를 출원하는 등 세계적인 연구개발력을 확보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중국 로컬업체를 통해 납기, 기술서비스, 원가절감 등의 부문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상하이금호일려소료는 중국내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업의 창구로서 매출 성장은 물론 기술 및 사업 협력도 함께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독자 진출을 고수하는 기업도 있다. 한화첨단소재 상하이 공장은 현지 업체의 도움 없이 버티고 있다. 생산 제품이 시장 점유율 세계 1위인 독자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덕분이다.
회사 관계자는 “합작 진출하면 중국 파트너의 유통능력 등을 이용해 초기 발전에는 큰 도움이 되지만, 기술 습득이 완료되면 분쟁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며 “기술 안보 차원에서 독자 진출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화는 핵심 소재 기술도 중국으로 이전하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 소재를 만들어 중국 현지 공장에선 가공·판매만 수행하는 식이다. 대신 한화첨단소재는 최근 R&D 솔루션 기능을 강화하면서 현지 고객사들의 만족도를 높이고자 하고 있다.
중국 합작사업은 이처럼 파트너를 잘 선택한다면 단기간 내 중국시장에 현지화해 정착하는데 유리하고, 중국기업의 대정부 관계, 현지시장 유력 유통망과 네트워크 등의 활용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중국기업과 경영분쟁이 생길 수 있고 영업비밀에 대한 보호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지 않으면 지재권 유출의 우려도 있다.
코트라 상하이 무역관 강민주 조사담당 과장은 “중국의 유력파트너와 조인트벤처를 설립 시에는 지분률과 경영주도권에 너무 집착하기보다, 장기적으로 중국에 정착해 이익을 회수해갈 수 있는 방안, 영업비밀 보호방안, 상대 모기업의 지분 참여를 통한 리스크 줄이기 방안 등 파트너에 대한 철저한 조사뿐 아니라 기업 운영관련 사항을 꼼꼼하게 체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