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철강·전자 제조업 위기에 길잃은 기업투자
2016-02-15 09:00
일자리도 감소…"신사업 투자 눈감고 쉬운 M&A만"
국내 주요 그룹들이 제조업 중심인 만큼, 제조분야의 위기가 대기업 전반에 걸쳐 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비용 절감에 나선 대기업들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고, 직원 수를 줄이며 국내 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감을 키우고 있다.
◆작년 보유현금, 현대重 88% 포스코 36% 늘어
조선 및 철강 업종 기업들은 작년 가장 적극적으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늘렸다.
1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분석한 10대 그룹 현금 및 현금성 자산 자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14년 3분기 말 1조 6039억원에서 2015년 3분기말 3조158억원으로 88% 늘었다.
포스코는 3조8432억원에서 5조2424억원으로 36% 증가했으며, 현대미포조선은 3011억원에서 6751억원으로 123% 늘었다.
삼성중공업은 1조700억원에서 9067억원으로 15% 감소했다.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등 전자 제조 기업들 역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늘렸다.
삼성전자는 18조41억원에서 23조6084억원으로 31% 늘었으며, LG전자는 2조9497억원에서 2조9613억원으로 0.39%, SK하이닉스는 3776억원에서 5106억원으로 35% 증가했다.
LG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8235억원에서 5568억원으로 32% 줄었다.
기업 입장에선 현금 및 현금 보유액을 늘릴 경우 불확실한 경기상황속에서 부채 관리가 편하고,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반면 사회 전반적으로 기업이 투자를 왕성하게 해야 생산과 고용이 일어나는데 투자에 소극적으로 나서 경기가 위축될 우려가 커진다.
이지언 한국금융연구원 자본시장담당 연구원은 "기업이 어느 정도 현금 자산을 보유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현재는 적정선보다 많다"면서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국가 성장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기업 줄어드는 일자리
문제는 대기업들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늘리는 한편, 비용 절감을 위해 일자리 수를 줄이고 있다는 점이다. 또 신사업에 투자하는 대신 적은 비용으로 손쉽게 기업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인수합병(M&A)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공시된 각 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보유액 증가율이 높았던 SK, 현대중공업, 포스코그룹 등은 오히려 직원수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SK그룹은 2014년 3분기 말 직원수는 3만 9161명(정규직, 계약직 합계)에서 2015년 3분기 말 3만 8385명으로 2% 줄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같은 기간 3만 2400명에서 3만 1150명으로 4% 감소했고, 포스코그룹은 2만 5703명에서 2만 4345명으로 5% 줄었다.
삼성전자는 최근 비용 절감을 위해 광주 공장의 일부 냉장고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이전하기로 하며 지역 경제 위축 우려와 함께 지역사회의 반발을 가져오기도 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팀장은 "현재 국내 기업들은 독과점이나 경제력 집중이 심하다"면서 "고용지출도 미미하고 기존 사업에 안주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수익을 창출하기보다 손쉬운 M&A로 사업 다각화를 이루고 있다"고 꼬집었다.
글로벌 컨설팅·회계업체 KPMG는 '2016년 M&A 예측 보고서'에서 국내 대기업이 올해 현금 동원 능력이 크게 늘어 M&A 시장에서 대형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작년 롯데그룹은 삼성그룹의 화학계열사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문 및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등을 인수했고, 한화그룹은 삼성그룹의 방위산업 부문 계열사인 삼성테크윈 및 삼성탈레스를 인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