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中 현지화 10년…'차이나 드림'의 명암(明暗)

2016-02-11 09:00
SK C&C 선양 법인 '청산'...중국법인 지주격 SK차이나컴퍼니 '적자지속'
SK 이노베이션·하이닉스·E&S 중국사업 '결실'

[그래픽=임이슬 기자]



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중국 현지 경기침체와 각 계열사별 중국사업 부침으로 최태원 SK 회장의 ‘차이나 드림’에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선대 회장부터 강조한 중국 사업에 대한 인식은 현재 그룹 수장인 최 회장에게까지 이어져 지난 2006년부터 ‘차이나 인사이더’라는 SK의 중국 사업 전략으로 연결되고 있다.

차이나 인사이더는 SK가 중국에 진출하는 외국 기업이 아니라, 중국 기업처럼 현지에서 사업을 추진해 중국에 재투자하는 ‘내부자(insider)’라는 의미다.

올해 SK가 중국 내 ‘현지 기업화’ 목표를 내세운 지 10년째 되는 가운데 각 계열사 간 성적표는 희비가 엇갈리는 상황이다.

◆ SK C&C 선양법인 ‘청산’...중국법인 지주격 SK차이나컴퍼니 ‘적자지속’

최 회장의 중국 내 차이나 인사이더는 장기화된 경영 공백과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 C&C 중국 선양법인은 지난해 3분기에 서류상 법인 청산 절차를 밟았다.

SK C&C는 중국 정보통신기술(ICT) 시장 확장을 위해 2007년 베이징법인에 이어 2011년 중국내 두 번째 법인을 설립했다. 그러나 선양법인의 실적이 적자로 돌아서자 지난해 3분기 베이징법인 산하로 편입된 것으로 보인다.

SK C&C 선양법인은 2013년 당기순이익 9억원을 기록했지만, 2014년 당기순손실 6500만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반면 SK C&C 베이징법인은 2013년 영업수익 325억원, 당기순손실 27억원을 기록했지만, 2014년 영업수익 421억원, 당기순이익 44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SK C&C는 관계자는 “처음에는 중국 영토가 크기 때문에 양쪽에서 운영하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해 중국 제 2법인을 설립했다”면서 “사업을 진행하다보니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베이징법인을 격상시키고 지사 개념으로 선양법인을 배치해 운영의 묘를 살린 서류상 법인 청산”이라고 설명했다.

SK C&C의 중국법인은 기존 베이징, 선양, 청두 3개 법인에서 현재 베이징, 청두 2개 법인으로 축소됐다.

중국법인의 지주격인 ‘SK차이나컴퍼니’의 부진도 지속되고 있다. 최 회장이 SK차이나컴퍼니를 ‘또 다른 본사’라 일컬으며 중국 내에서 신사업 및 신성장동력 발굴을 적극 독려해 왔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14년 기준 SK차이나컴퍼니는 14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적자를 이어나갔다. SK차이나컴퍼니는 2010년 43억원, 2011년 26억원, 2012년 1억원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으며 2013년에는 3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SK차이나컴퍼니는 SK그룹 내에서도 주목받지 못했었다. 그러다 2012년 11월 SK가 SK차이나컴퍼니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64.2%로 확대하는 등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며 중국법인들을 통합하는 지주회사 격 계열사로 떠올랐다. 당시 총 주식 취득액은 1992억원으로 SK의 자기자본 2.58% 규모였다.

◆ SK 이노베이션·하이닉스·E&S 중국사업 ‘결실’

최 회장의 지난해 경영복귀 후 첫 해외 출장지는 중국이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최 회장이 공들인 중국 사업이 하나둘씩 결실을 보이고 있는 계열사도 있다.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이 통하는 곳은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 SK E&S다.

7년간 공을 들인 시노펙 우한 합작사업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최 회장은 2013년 중한석화 합작을 성사시켰다. 중한석화는 NCC(나프타분해설비)를 통해 연 250만t 규모의 에틸렌 등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 중이다.

지난해에는 전년의 3배가 넘는 465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SK그룹의 대표적인 ‘글로벌 파트너링’ 성공 사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장쑤성 우시 공장도 재가동해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인 중국 시장의 선점 효과도 가져왔다.

SK E&S는 SK 통합지주회사 출범 과정에서 생긴 재원을 바탕으로 차이나가스홀딩스(CGH)의 지분을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CGH는 중국내 3대 도시가스 회사로 SK E&S는 꾸준히 지분을 늘려 9월 초 현재 15.56%의 3대 주주로 올라서 있다.

중국 시장은 경기 둔화, 경쟁 심화 등으로 전보다 관문이 높아진 게 사실이지만, SK는 어려운 환경을 뚫고 중국시장에서 기회를 잡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