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김준수의 드라큘라만큼 매력적인 박은석의 드라큘라

2016-02-03 08:18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뮤지컬 '드라큘라' 프레스콜 행사에서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드라큘라' 역을 열연한 뮤지컬 배우 박은석과 400년의 시간을 초월한 사랑에 흔들리는 여주인공 '미나' 역을 열연한 뮤지컬 배우 임혜영이 멋진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드라큘라는 연인 엘리자베스를 잃고 신에 대한 배신감으로 악마에게 영혼을 판다. 고통스러운 삶을 끝내달라고 울부짖지만 저주받은 영원을 얻어 죽지도 못하는 그는 남의 피를 먹고 산다. 그렇게 400년이 흐른 어느 날, 죽은 연인이 환생해 미나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나타났다. 약혼자 조나단과 함께.

약혼자를 배신해서는 안된다고 마음을 다잡는 미나에게 드라큘라는 너의 운명은 나라고, 함께 영원을 살자고 포효한다. 미나를 둘러싸고 드라큘라와 조나단, 드라큘라에게 운명의 연인을 빼앗겨 복수에 혈안이 된 반헬싱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뮤지컬 '드라큘라'는 소설가 브램 스토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지킬 앤 하이드'로 탄탄한 팬층을 보유한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을 맡아 2004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국내에서는 2014년 초연 이후 2년 만에 부활이다. 타이틀롤은 김준수와 박은석이 번갈아 가며 무대에 오르는데, 두 배우 모두 초연 당시에도 '드라큘라'로 살았다.

서정적인 멜로디를 극적으로 전개해 단번에 귀를 사로잡는 프랭크 와일드혼 표 음악이나 9개의 기둥이 턴테이블 무대와 함께 휘몰아치듯 회전하는, 국내 최초 4중 턴테이블은 초연에서 봤던 것임에도 여전히 경이롭다. 운명을 거부하지 못해 흡혈귀가 되기로 자처한 미나와 그녀가 자신처럼 사는 것이 두려워진 드라큘라의 피 끓는 애절함은 초연보다 배가됐다.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뮤지컬 '드라큘라' 프레스콜 행사에서 미나의 친구이자 재기발랄한 여인이면서 이후 악이 가득한 뱀파이어로 변하게 되는 '루시' 역을 열연한 뮤지컬 배우 이예은과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드라큘라' 역을 열연한 뮤지컬 배우 박은석이 멋진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새삼 강조하고 싶은 것은 김준수와 함께 드라큘라를 연기하고 있는 배우 박은석이다. 치열한 티켓 전쟁, 찰나 만에 이뤄진 전석 매진, 천정부지로 치솟는 암표 가격…김준수의 티켓 파워는 더블 캐스팅된 배우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나눠줄 틈을 주지 않았다. '드라큘라'로 처음 대형 무대에 오른 박은석의 경우는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박은석은 초연 때부터 묵묵히 드라큘라의 광기를 뿜어냈다. 김준수의 드라큘라가 예민하고 신경질적이라면 박은석의 그것은 사납고 권위적이다. 김준수는 섬세하고 날카롭게 가슴을 찌르고, 박은석은 투박하고 뭉툭하게 가슴을 친다. 김준수와 전혀 다른 색을 내고, 김준수만큼 매력적이다. 혹, 김준수의 공연이 매진됐다고 절망말길. 박은석의 '드라큘라'는 꿩 대신 닭이 아니라 김준수 만큼 매력적인 뀡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