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실적잔치'에도 올해 전망은 '흐림'

2016-02-02 11:04

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 국내 주요 증권사가 작년 깜짝실적을 기록했다는 소식을 잇달아 전하고 있으나, 새해 전망은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올해 이익 감소율이 두 자릿수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11개 주요 증권사가 이날까지 내놓은 2015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평균 98% 증가했다.

삼성증권은 작년 영업이익이 3767억원으로 1년 만에 125.6% 늘었다. 8년 만에 최대치다. NH투자증권도 영업이익이 1년 만에 150.4% 증가한 3141억원으로, 2007년 이후 최대 실적을 거뒀다.

교보증권은 영업이익이 973억원으로 전년 대비 186.4% 증가했다. 1999년 이후 최대 성과다. HMC투자증권은 전년보다 388.2% 증가한 682억원을 영업이익으로 올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SK증권은 전년 대비 115.6% 증가한 205억원, 부국증권과 KTB증권은 각각 46.3%, 29.4% 늘어난 302억원, 101억원을 기록했다. 한양증권과 유화증권은 각각 39.8% 66.9% 불어난 116억원, 106억원으로 집계됐다.

아직 실적을 내놓지 않은 증권사 역시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증권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 자료를 보면 현대증권은 1년 만에 영업이익이 657.6%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대신증권(259.9%) 및 메리츠종금증권(181.2%), 키움증권(158.0%), 대우증권(68.8%), 한국투자금융지주(52.2%)는 영업이익 증가율이 50~250% 선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실적 개선은 저금리 여파로 부동자금이 증가한 덕분이다. 주식시장으로 자금 유입이 커지면서 중개 수수료 수입도 증가했다. 주가연계증권(ELS)을 비롯한 금융상품 판매 증가와 항공기 투자를 비롯한 대체투자 확대도 이익을 늘리는 데 보탬이 됐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상반기 국내외 증시가 크게 오르면서 금융상품 판매와 주식 브로커리지 수익이 좋아졌다"며 "기준금리 인하로 채권 수익이 오른 점도 호실적을 낸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미래에셋증권, 동부증권은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로 줄었다. 미래에셋증권 영업이익은 25.8% 감소한 1481억원, 동부증권은 44.4% 줄어든 118억원에 그쳤다. 동부증권은 계열사 동부월드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가운데 순손실이 발생해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증권업황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의견이 늘고 있다. ELS 판매 수익은 2015년 4분기부터 중국·홍콩 증시 불안으로 크게 위축됐다. 증시 거래대금 역시 마찬가지다.

정길원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ELS를 비롯한 금융상품 관련 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최근 3년간 이어진 증권업종 이익 증가세가 일단락되고, 올해는 전년 대비 실적이 25%가량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철호 연구원은 "국제유가 변수로 인한 신흥국 경기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