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후보 기부금 월가 비중 급증
2016-02-02 05:08
2012년 20%에서 1/3로, 공화당 편중 심화
아주경제 워싱턴특파원 박요셉 기자 = 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들에 대한 기부금 중 ‘월스트리트로 대표되는 미 금융계 기부금의 비중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비영리 정치자금 감시단체 CRP(Center for Responsive Politics)의 자료를 인용, 주요 후보의 정치자금 후원단체인 슈퍼팩이 지금까지 모은 기부금 2억9천만 달러(약 3천487억 원) 중 3분의 1 이상이 금융계 거물들에게서 나왔다고 보도했다.
2012년 선거 때 금융계에서 받은 돈이 전체 기부금의 20%였던 것과 비교하면 월가 기부금의 비중이 급증한 것이다.
후보별로는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을 지지하는 슈퍼팩은 지난해 하반기 기부금의 절반 이상을 월가로부터 받았다.
슈퍼팩이란 민간 정치자금 단체로서 특정 후보 캠프에는 소속되지 않고 외곽에서 선거 지지활동을 벌이는 조직이다. 합법적으로 무제한 모금이 가능하지만 후보나 정당과의 접촉, 협의를 할 수는 없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를 지지하는 슈퍼팩은 작년 하반기에 1천500만 달러 기부금 중 1천만 달러를 모리스 행크 그린버그로부터 받았다. 그린버그는 구제금융을 받기 이전에 AIG를 세계 최대 보험 그룹으로 만들어 놓은 금융계 거물이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도 헤지펀드 설립자인 로버트 머서로부터 1천100만 달러를, 사모펀드 설립자인 토비 누게바우어로부터 1천만 달러를 각각 받는 등 월가의 지원이 강하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지지하는 슈퍼팩 역시 작년 하반기에 모은 2천500만 달러 중 절반 이상인1천500만 달러가 월가의 기부금이었다. 클린턴 전 장관에게는 특히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가 700만 달러 이상을 냈다.
공화당 경선 레이스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부동산재벌 도널드 트럼프는 월가를 포함한 외부의 후원금이 400만 달러로 많지 않으며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도 슈퍼팩 의존도가 낮다.
반면 이전 선거까지 슈퍼팩에 기부금을 많이 냈던 노동조합은 아직은 조심스러운 자세를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에 따르면 슈퍼팩에 지금까지 모인 2억9천만 달러 중 노동조합이 낸 돈은 770만 달러에 그쳤다.